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구성돼 한창 새 정부 정책을 구상하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 통폐합이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대통령 후보 시절 교육부가 '교육통제부'가 됐다며 폐지를 주장했다. 교육부를 없애야 우리나라 교육을 살릴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인수위원으로 교육전문가를 배제해 그 주장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예측도 나온다.
교육부 권한을 교육청으로 이양하고 국가 인재 전략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시도는 이전 정부들에서도 이뤄져 왔다. 김대중 정부는 2001년에 교육인적자원부, 이명박 정부는 2008년에 교육과학기술부를 각각 뒀다. 올 7월이면 사회적 합의에 기반해 중장기 교육정책을 수립하는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하니 교육부가 기존 기능을 그대로 가져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차제에 교육부 조직을 해체해서 과학기술 부처의 일부로 축소, 통합하려 한다는 전망도 있다.
교육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교육부를 폐지 또는 축소할 경우 헌법이 보장한 교육에 대한 국가 책무를 다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지역 간 교육 격차가 큰 상황에서 교육 형평성을 위해 교육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교육부 기능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려면 정부조직법과 교육 관련 법령을 개정해야 하는데 여소야대 국회에서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교육부 통폐합 주장이 계속 제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교육부의 자업자득일지도 모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을 여전히 통제와 규제 위주로 관리해 왔기 때문이다. 창의적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해서는 지역·학교·학생에게 있는 다양성과 자율성을 살려낼 수 있어야 했다. 교육부의 시대착오적 행태는 자사고·외고를 일률적으로 폐지하려다 위법 판결로 제동이 걸린 경우나 중등교원 양성을 사범대가 독점하는, 닫힌 체제로 개편하는 방안 등에서 잘 드러난다.
교육부 폐지 또는 축소는 고등교육 분야에서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IMD에 따르면 2021년 64개 비교 대상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 고등교육 이수율은 4위지만 대학교육 경쟁력은 47위에 불과했다. 우리 학생은 대학에 와서 비로소 '콩나물 교실'을 경험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대학교육 환경은 열악하다. 교육부는 등록금 인상을 14년간 억제하고 재정 지원 평가를 통해 대학을 길들여 왔다. 강의실 안 교수의 행동까지 이래라저래라 지시하는 등 시시콜콜한 규제가 이뤄졌다. 대학은 혁신을 시도하고 미래에 도전할 힘을 잃은 채 고사하고 있다.
교육의 양대 가치인 형평성과 수월성(秀越性)의 딜레마에서 교육부 폐지만이 답은 아닐 수 있다. 그럼에도 교육부가 죽어서 우리 교육을 잘 살려낼 수만 있다면 어떤 체제든 과감히 도입해야 한다. 정부 부처의 형태와 구조에 따라 정책이 작동하는 방식 및 내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규제와 통제 위주의 업무 관행을 그대로 유지한 채 교육부 기능을 여기저기 쪼개서 분산·이관하기만 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을 수도 있다. 물리적으로만 병합했다가 해산한 '교육과학기술부'의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곤란하다.
윤석열 정부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열어 갈 중차대한 기로에 서 있다. 그 길에서 교육부 해체냐 존속이냐 문제는 부차적 쟁점일 뿐이다. 근본적으로 중요한 건 교육정책과 행정 관행 체질을 바꾸는 것이다. 새 정부는 규제 대신 자율권 확대를 통해 교육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의 말처럼 “자율과 창의를 기반으로 교육입국을 이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장원섭 연세대 교육학부 교수 wchang@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