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거래소, 울진 산불에도 '비상태세'로 전력공급 유지

한국전력거래소 직원이 중앙전력 관제센터에서 실시간 계통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자료 전력거래소>
한국전력거래소 직원이 중앙전력 관제센터에서 실시간 계통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자료 전력거래소>

울진 산불 당시 발생한 다발적인 송전망 고장에도 불구하고 전력공급은 안정적으로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빠른 급전지시와 감발운전과 석탄발전 상한제약 해제 등 대응으로 광역 정전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 이번 사례를 바탕으로 한 정밀한 운영기법 도입은 과제로 제기된다.

31일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울진 산불이 발생한 지난 4일에서 13일까지 일평균 전력예비율은 최소 14.5%에서 최대 37.1%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다. 전력거래소는 산불로 송전망 회선에 고장이 발생했지만 실시간으로 급전지시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광역 정전' 위기를 피할 수 있었다.

울진 산불은 지난 4일 오전 11시경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서 시작돼 강원 삼척시까지 번졌다. 주불 진화에만 213시간(8일 21시간)이 소요됐다. 산불로 인해 서울시 면적의 41.2%에 해당하는 2만4904헥타아르(ha) 면적이 피해를 입었다.

특히 산불이 에너지 시설이 밀집한 지역 인근에서 발생해 최악의 경우 에너지 시설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었다. 산불이 번졌던 울진 해안가에는 7번 국도를 따라 원전, 석탄발전소,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기지가 위치했다.

특히 해당 지역은 수도권과 영남지역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765㎸ 신한울-신태백' '345㎸ 한울-신태백 송전망' 등 다수 고압 송전선로와 우리나라 발전설비 전체 11%에 해당하는 대형발전단지인 한울 원전이 위치했다. 2발전소에서 신태백변전소 간 345㎸ 2회선과 2발전소에서 신영주변전소 간 345㎸ 2회선, 1발전소에서 삼척화력 간 345㎸ 2회선, 3발전소에서 신한울원전으로 연결된 765㎸ 2회선 등 모두 4개 라인 8개 회선도 연결됐다.

실제 산불로 인해 한울 원전과 연결된 주요 초고압 송전선로가 기능을 상실하면서 위기를 겪었다. 한울 원전 인근 송전선로는 산불 발생기간 동안 총 51회에 걸쳐 정지와 재가동을 거듭했다. 화재발생 당일 송전망 8개 회선 가운데 6개 회선이 고장났고, 남은 2회선에 발전량이 몰리면서 과부하가 발생했다.

전력거래소 중앙전력 관제센터는 실시간으로 송전망 고장정지에 대응하면서 광역 정전 등 최악 사태를 막았다. 울진 원자력 발전소 출력을 정격의 50%(2.5GW) 수준으로 낮추고, 삼척 및 북평화력은 약 30% 감발 운전을 지시했다. 예비전력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석탄발전기 상한제약을 해제, 출력증발을 실시했다. 정지한 LNG 발전기는 신속하게 기동했다. 이를 통해 총 7GW 수준 예비력을 확보했다. 또 한국전력공사와 함께 송전선로를 긴급 복구하는 등 다방면으로 대응했다.

심현보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장은 “초유의 전력설비 다중 고장 아래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 전력 유관기관 등과 협조해 국가적인 전력위기를 막았다”면서 “향후 실제 전력계통 운영 환경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한 사례를 분석하고, 관련 운영기법과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축적하겠다”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