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 에너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응해 수급 안정과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확대해야 할 발전원으로 국민 10명 중 4명은 '원자력 발전'을 꼽았다. 또 재생에너지인 '태양광'과 신에너지인 '수소발전'을 꼽은 국민 비중이 원전과 비슷했다. 이념 성향별로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를 경쟁관계로 인식하는 구도가 이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조화한 에너지 정책을 펼친다고 밝힌 바 있다. 두 발전원을 경쟁 관계로 보지 않고 잘 조화하는 에너지 정책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전자신문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 최근 국제 에너지 원자재 가격 급상승과 관련해 '공급 안정과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어떤 발전원을 늘리는 것이 가장 필요하냐'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원자력(39.9%)'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태양광(20.4%)'과 '수소발전(19.5%)' '풍력(8.9%)' '액화천연가스(LNG) 발전(2.8%)' '석탄화력(2.1%)' 순으로 응답했다.
현행 에너지 원자재 가격 상승 문제를 안정화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 비중 확대가 가장 필요하다고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원전은 우리나라 기준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를 감안하더라도 화석에너지나 재생에너지에 비해 발전단가가 저렴하다. 전력생산비용 중에 원료비가 10% 내외로 원료비 비중이 40~60% 수준인 석탄·액화천연가스(LNG) 발전과 비교해 에너지 원자재 가격 변동 영향이 적다.
다만 에너지 비용 감소를 위한 주력 발전원을 꼽는 질문에서도 이념 성향별로 편차가 컸다. 공급 안정을 위해 원자력을 꼽은 응답자(39.9%)와 태양광·수소발전(39.9%)을 꼽은 응답자 비율이 정확하게 일치했다. 특히 '보수' 성향을 가진 응답자가 원자력을 선호하는 반면에 '진보' 성향을 띠는 응답자는 태양광·수소 등 신재생에너지를 선호했다.
구체적으로 본인 이념성향이 보수라고 답한 응답자는 원자력(59.2%), 수소발전(15.7%), 태양광(11.0%), 풍력(7.4%), 석탄화력(2.6%), LNG발전(0.6%)으로 꼽았다. 본인의 이념성향이 중도라고 답한 응답자는 원자력(46.1%), 수소발전(19.0%), 태양광(17.6%), 풍력(7.7%), LNG발전(2.8%), 석탄화력(2.7%) 순이었다. 본인 이념성향이 진보라고 답한 응답자는 태양광(31.6%), 수소발전(24.4%), 원자력(18.4%), 풍력(10.5%), LNG발전(4.5%), 석탄화력(0.7%)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에서 원자력을 꼽은 응답자가 47.3%로 가장 많았고, 18~29세도 원자력을 꼽은 응답자가 46.8%로 높은 편이었다. 30대는 원자력(33.2%)과 함께 수소발전(29.0%)을 높은 비중으로 선호했다. 40대는 원자력(29.7%), 태양광(26.0%), 수소발전(22.8%)을 모두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원자력을 선호하는 응답자가 서울(48.8%), 대구·경북(45.8%), 부산·울산·경남(44.6%)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원전에서 거리가 멀다는 점과 이념 성향이, 원전이 소재한 대구·경북이나 부산·울산·경남은 이념 성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강원도와 광주·전남·전북은 원자력보다 태양광이나 수소발전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 당선인은 대선 공약으로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조화한 탄소중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가동원전의 계속운전 등 기저전원으로서 원자력 발전 비중 30%대를 유지하면서도 재생에너지를 배제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윤 당선인 또한 재생에너지를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밝힌 만큼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나아가 신에너지까지 조화로운 '발전믹스'가 중요하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