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팬데믹 상황에서 기업 비즈니스와 일상 생활은 언택트 기반으로 전환되는 변화를 겪었으며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 구현도 그 중 하나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는 코로나 위기가 종식되더라도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을 지원하는 스마트 워크플레이스는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험을 바탕으로 출입 장소 및 이동 제한이 사라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게 고도화된 스마트 워크플레이스로 발전해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전망하는 데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기업은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으로 전환한 후에도 업무 연속성과 직원 생산성이 별로 위축되지 않았음을 경험했다. 둘째 대부분 직원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이 지속되길 바라며 회사가 이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퇴사도 감행하는 이른바 대량 퇴직 현상이 우려된다. 셋째 신입 직원은 비대면 직무 훈련 어려움, 사내 커뮤니케이션 부족 등 재택과 원격 근무 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진보된 UC솔루션이 계속 발표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에서의 직원 생산성은 가장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자 결과다. 많은 기업이 팬데믹이란 비자발적 이유로 서둘러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으로 운영 전환했지만 많은 우려가 무색할 만큼 직원과 업무 생산성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생산성이 더 증가했다는 관점도 있다.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에서 생산성 더욱 증가
컨설팅 기업 PwC는 지난해 말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서 원격·하이브리드 근무 환경이 생산성을 더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PwC는 26개 국가 및 지역, 28개 산업 부문, 4000명에 이르는 기업 임원과 인사관리(HR) 책임자들을 설문 조사했는데 57% 비즈니스 리더는 지난 12개월 동안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에서 자사 조직이 직원 성과 및 생산성 목표 대비 더 나은 성과를 거뒀다고 답했다. 생산성이 저하됐다는 응답자는 단 4%에 불과했으며 특히 심각하게 저하됐다는 응답자는 없었다.
OECD 조사 보고서에서도 유사한 내용을 말하고 있다. 보고서는 비즈니스 책임자와 일선 직원 양측 모두 재택근무에서 확고한 성과와 개인 복지에 대해 긍정 평가를 하고 있으며, 팬데믹 위기가 끝나더라도 종전 수준보다 정규 재택근무자 비중을 크게 증가시키기를 희망하고 있다. 보고서는 OECD와 GFP(Global Forum on Productivity)가 협력해 지난 12월 말 발표한 것으로, 25개국 관리자와 근로자를 대상으로 생산성과 복지에 초점을 맞춘 온라인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직원 생산성 향상이라는 고무적 결과와 함께 팬데믹 위기 종료 후에도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 지속 확대를 예견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유능한 인재의 대량 퇴직 합류다. 외신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이 용어는 노동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는 상황에서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이직을 전제로 퇴사하는 사람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현상을 가리킨다. 재능 있는 고급 인적 자원들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면서 임금이나 재량권이 아닌 이유로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데 하이브리드 업무 옵션도 그 중 하나다.
PwC 조사에 의하면 퇴사를 고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급여(41%)이지만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 옵션(유연성)도 34%로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역량 있는 인적 자원의 워라밸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기업은 인센티브는 물론 사내 건강검진, 피트니스센터 시설 제공이나 지원 등 복리후생을 강화하고 있지만 HR 전문가들은 재택근무 옵션을 포함한 탄력적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 제공 또한 필수가 됐다고 지적한다.
◇기술·리더십·문화 변화 필요
비즈니스 컨설팅과 인사관리 전문가는 회사 측(임원)과 직원 간극을 메우는 일이 급선무며 이는 기술과 리더십, 문화 세 측면에서 변화를 요구한다고 조언한다. PwC에 따르면 기업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가속화됨에 따라 기업 운영 리스크에서 리더십과 문화 비중이 커지고 있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이 필수 옵션이 된 상황에서 종전 HR 전략과 기업 문화, 리더십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PwC 보고서는 “직원과 업무 관리책임자 간 높은 신뢰가 구축돼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전한다. PwC 조사에서 응답자 74%는 관리감독자와 대상 직원 신뢰도에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는 비즈니스 전략과 직원 관리 전략의 강력한 통합이 필요하다. 임직원 신뢰도 저하, 인적 자원 확보 경쟁, 직원 기대치 변화 등 여러 요인이 결합하면서 리더 역할이 더욱 중요하지만 특히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에서는 포괄적 리더십이 요구된다고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기술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기업 비즈니스 플래닝은 직원 업무에 미치는 자동화, 인공지능(AI), 서비스형 통합 커뮤니케이션(UCaaS:Unified Communications as a Service) 등 기술 영향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 리더에게 비즈니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여전히 최우선 사안이다.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에서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것이 커뮤니케이션 부족이다.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에서 달라진 업무 요구를 수용하면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보장하려면 진일보된 통합 커뮤니케이션과 협업 툴 투자가 필수다.
최근 영상회의와 협업 솔루션은 증강현실(AR)과 영상·음성(자연어) 처리 등 진일보한 기술을 추가하면서 버추얼 협업과 대면 협업 간 갭을 줄이고 있다. 시스코 웹엑스는 최근 몰입형 3D 홀로그램을 결합했다. AR 헤드셋을 통해 사실적인 실시간 홀로그래픽으로 가상 협업과 실제 협업 간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 신규 입사한 직원에게 필요한 원격 훈련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외에 회의 참석자를 개별적으로 프레임화하는 기능은 대면 회의처럼 참석자들의 언어 외적 표현, 즉 손짓이나 보디랭귀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준다.
직원 커뮤니케이션 부족은 업무 성과에도 악영향을 미치지만 소속감을 떨어뜨려 직원 이탈을 유도할 수 있다. OECD 보고서는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 과제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충분한 직접 상호 작용을 위한 일정 조정과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숙달, 정보통신기술(ICT) 툴과 기술 추가 투자 등 경영진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