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산업 디지털 전환 <4>기업 현실과 새 정부 정책 과제
#소프트웨어(SW) 업계는 중소기업 디지털 전환을 위해 예산 확대를 비롯해 특화된 법·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 중소기업이 주로 SW 전문기업을 통해 SW 역량을 아웃소싱하는 만큼 성공적 디지털 전환을 위해 국내 SW 기업 역량 강화가 절실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내달 출범할 새 정부가 산업 전반의 디지털 역량을 끌어올릴 정책을 세밀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국내 중소기업 비중은 99%에 이르며 해당 기업의 고용 비중 또한 86%일 정도로 중소기업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다만 투자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중소기업 특성상 투자에 대한 부담과 성과에 대한 불확실성, 직원 역량부족 등이 디지털 전환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귀동 다쏘시스템코리아 영남본부장은 “아시아·태평양(아태) 지역 중소기업 디지털 전환 수준은 4단계 중 2단계(디지털 관찰자) 이하 수준이고, 한국은 아태지역 14개국 중 6위로 평균 이하”라며 “지방도시에 소재한 중소·중견기업들은 수도권 기업에 비해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인력이나 역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K㈜ C&C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기 위한 인력, 기술, 예산 등이 부족하다”며 “직원 1~2명 정도가 문서 관리를 위해 기업 내에서 발생하는 주요 데이터를 관리하는 정도”라고 밝혔다.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이 발간한 2020년 중소기업 정보화 수준조사에 따르면 정보통신기술(ICT)을 도입한 기업의 54.1%는 도입 시 어려움을 겪었다. 주된 애로사항으로 '운영 및 관리 인력 부족'의 비중이 18.4%로 가장 높았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가 펴낸 'SW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담당자 70.4%가 SW 기술 확보 수준이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김문수 한국소프트웨어협회 정책협력팀장은 “관련 인력이 부족한 대부분 중소기업들은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SW 역량을 SW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며 “SW 기업들의 역량 수준이 디지털 전환 속도와 나아가 국가 경쟁력 수준을 결정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SW 인력은 디지털 전환에 필수지만 여전히 인력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SW 관련 직종의 인력수급 불일치 현상을 해소하고 효과적인 스킬 전환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김 팀장은 “국내외 유명 정보기술(IT) 기업의 높은 인지도와 성장성, 고액 연봉, 풍부한 복지 등을 앞세운 인력 싹쓸이로 중소 SW 기업 구직난이 심각하다”며 “산·학 연계 교육과정 개발 및 해당 교육과정 개발에 참여한 중소기업 입사 및 일정 기간 근무 의무화, 중소기업 근무를 통한 군 복무 인정·대체 제도 도입 등 중소 SW 기업 인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할수록 SW 중요성도 늘어날 수밖에 없지만 정부 예산 책정 방식은 과거 방식 그대로다.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채효근 IT서비스산업협회 부회장은 “올해 국가 예산 604조원 중 정보화 관련 예산은 약 4조원 수준”이라며 “주요 선진국은 국가 전체 예산의 약 3%를 정보화 관련 사업에 투입하고 있지만 한국은 1%가 안 된다”고 선진국과 정보화 예산 격차에 대해 강조했다.
채효근 부회장은 “예전 정보화 개념이 디지털 전환 개념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일회성이 아닌 상시로 집행될 수 있는 정보화 예산을 마련해야 디지털 전환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국무조정실에서 이와 관련한 예산 조사에 착수했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에 특화된 디지털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고 특화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산업 특성에 부합하는 비즈니스모델 개발에 대한 지원도 요구됐다.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유망한 디지털 플랫폼을 비롯한 소프트웨어 산업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심우중 산업연구원(KIET) 전문연구원은 '한국 산업의 디지털 전환 실태와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플랫폼 활성화를 위한 관련 제도와 규제 개선, 이해당사자 및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논의의 장 마련과 협력체계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며 “제조업 서비스화를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서비스와 사업모델을 개발하는 실증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통합 서비스 환경에서 제품의 성능을 보장하는 인증체계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본부장은 “중소기업과 보폭을 맞출 정책이 필요하다”며 “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법이 천편일률적인 지원을 하기보다는 각 기업이 가지고 있는 사업 특성이나 디지털 전환에 대한 역량 등 개별 기업이 필요로 하는 디지털 전환을 고려해서 핀셋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권혜미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