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국책은행 지방이전 갈등…정치권 확전

금융노조 저지투쟁위 출범하고
인수위 사물실 인근서 '1인시위'
민주당 일부 의원 '공개적 반대'
찬성파 의원들과 팽팽하게 대립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20대 대통령 선거에서부터 불거진 국책은행 지방 이전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을 중심으로 한 국책은행 노조가 공동 대응을 선언하며 지난주 기자회견을 한 데 이어 4일부터 1인 시위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부도 반대 의견을 피력하면서 정치권으로까지 이전 논란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막기 위한 공동 대응체인 지방이전저지투쟁위원회(저지투쟁위)를 출범시켰다. 산은,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수협중앙회 노조가 참여하고 있다.

저지투쟁위는 산은 부산 이전 계획이 서울을 국제 금융허브로 만드는 것을 포기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인근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서울이 금융중심지로 이제 막 꽃을 피우려는 국가적 기회 상황에서 산은을 부산으로 내려보내는 것은 금융산업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불붙는 국책은행 지방이전 갈등…정치권 확전

이날부터 릴레이 1인 시위로 투쟁 강도를 높인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전자신문과 통화에서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와 통의동 인수위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책은행 본점 이전 문제는 정부 출범 때마다 거론됐다가 흐지부지 된 바 있는데 이번에는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면서 국책은행 직원 위기감이 어느 때 보다 높다. 산은 이전은 시작일뿐 수은, 기은 등 연쇄 이동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다.

금융노조 주요 반대 이유는 △업무 비효율성 증가로 인한 고객기업의 피해 △정책지원 규모 축소 △핵심인력 유출 △서울 국제금융중심지 정책 포기 △원활한 정책 공조 및 비상경제 대응 불가능 등이다.

한 국책은행 노조 관계자는 “산은 본점 직원 1700여명 중 부산으로 갈 수 있는 직원이 700~800명 선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파생상품 운용 담당 등 나머지 직원들은 업무 특성상 서울에 있을 수밖에 없다. 부산으로 이전한다고 일자리 창출 등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게 이뤄지기 어렵다”고 전했다.

정치권으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했다.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고, 서울을 금융허브로 육성하려는 계획에 심각한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여의도가 지역구인 같은당 김민석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 이전 부작용을 역설했다.

찬성파 입장은 확고하다. 지역 균형발전과 서울·부산을 아시아 금융허브로 동시에 육성하겠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미 부산엔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예탁결제원, 한국거래소, 기술보증기금 등 금융 공기업들이 내려와 있어 국책은행 이전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 남구갑이 지역구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8일 부산 금융중심지 포럼 출범식에서 “수도권 중심의 일극 체제에서 벗어나 부·울·경이 또 다른 중심축이 되는 국토 균형발전 차원에서 반드시 실천하겠다”고 했다. 부산 지역 정가와 시민단체는 산은뿐 아니라 수은, 기은, 예금보험공사, 서민금융진흥원 등 주요 금융기관의 이전을 촉구하고 있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