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의 4% 물가상승률…"고물가, 당분간 지속"

석유류 31.2%·외식 6.6% 상승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3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3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0년 3개월 만에 4%대에 진입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 등 대외요인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당분간 물가 상승세가 꺾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6.06(2020=100)으로 전년 대비 4.1% 상승했다. 물가상승률이 4%대를 기록한 것은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와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과 외식 등 개인서비스 오름세가 지속했다”며 “이번달 상승폭 확대는 대부분 석유류 가격 오름세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3월 석유류 가격은 전년 대비 31.2% 올랐다. 석유류 물가 기여도는 2월 0.79%P에서 3월에는 1.32%P로 0.53%P 확대됐다. 석유류는 지난해 11월 35.5%의 상승률을 기록한 후 4개월 만에 다시 30%대로 상승했다. 작년 11월 이전에 석유류 상승률이 30%대를 웃돈 것은 2008년 7월(35.5%)이 마지막이다.

두바이유 기준 월평균 국제유가는 1월 83달러, 2월 92달러, 3월 111달러를 기록했다. 현재 두바이유 가격은 100달러 초반을 오가고 있으나 여전히 정부가 예상했던 70~80달러 수준은 상회한다.

어 심의관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외적인 물가 상승 요인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본다”며 “물가의 양대산맥인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 오름세 둔화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이 1년 내내 지속된다는 것은 비관적인 전망이지만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고유가로 인한 부담이 커지자 정부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5월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현행 20%에서 30%로 확대하고 화물차 등에 경유 유가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어 심의관은 정부 조치에 대해 “국제유가 흐름에 따라 영향이 달라지겠지만 국제유가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서민 부담을 완화시키는 민생경제의 측면이 강하지 물가를 둔화시킬 가능성은 크지는 않다”고 봤다.

한국은행도 이날 이환석 부총재보 주재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4%대를 유지하고 올해 연간 상승률은 한은 기존 전망치인 3.1%를 웃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 식량 가격 강세에 따라 가공식품과 외식물가 상승도 물가 상방 위험 요소로 거론된다. 실제로 재료비 상승이 지속적으로 반영되면서 개인서비스 물가 기여도는 1.36%P를 기록했다. 외식 물가는 6.6% 상승하며 1998년 4월(7.0%)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의 상승세가 지속되는 점도 물가에 부담이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전년 대비 3.3% 상승하며 2011년 12월(3.6%) 이후 최대 폭 상승률을 보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도 전월과 같은 2.9% 상승률을 보였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