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전기요금 동결 방안'을 언급하면서 산업통상자원부가 이에 따른 시장 안정화 조치를 마련할 전망이다. 산업부가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밝힌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 도입, 발전비용 과다 정산요인 제거 등을 주요 조치로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규제 혁파와 민간 활력을 공언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에너지 산업에 과도하게 개입한다고 지적했다. 또 발전업계는 정부가 무리하게 해당 조치를 시행하면 발전사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5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안철수 위원장이 지난 4일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한시적 동결 또는 인상 최소화 대책”을 주문하면서 산업부도 전력시장 안정화 조치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는 지난달 24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전력시장·요금 안정화 대책을 제시한 바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산업부는 △발전용연료 세율 한시 인하로 요금인상 압박 완화 △연료비 급등에서 소비자를 보호하도록 SMP 상한제 개편 △전력시장 정산기준을 정비해 발전비용 과다 정산요인 제거 △LNG 수급불안에 대응해 전력수요 여건 등을 감안한 발전공기업 석탄상한제 탄력 시행 방안을 업무보고에서 제시했다. 전기요금 인상을 제외하고 전력시장에 미칠 영향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다각적으로 제안했다.
발전업계는 특히 SMP 상한제 개편 도입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SMP는 발전사가 한국전력공사에 전력을 판매하는 금액이다. 한전은 발전사에서 SMP를 기준으로 전력을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SMP 가격이 높으면 자연스레 한전 부담은 늘어나고 발전사 수익은 확대된다. SMP는 통상 유가·LNG 가격과 수개월 시차를 두고 연동되는데, 지난 2월에는 ㎾h당 197.3원으로 월평균 과거 최고값인 2012년 7월 185.1원을 웃돌았다. 급격한 원료비 상승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은 동결돼 올해 한전은 20조~30조원 규모 영업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정부가 SMP 상한제를 검토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발전업계는 정부가 SMP 상한제를 추진하면 법적으로 보장된 기대이익과 평등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또 정부가 전력시장운영규칙이 아닌 고시를 개정해 SMP 상한제를 추진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전력시장운영규칙을 개정하려면 전력거래소의 규칙개정위원회를 거쳐야 하는데, 고시 개정은 산업부 장관 승인으로 개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근본 처방인 전기요금 인상은 하지 않은 채 정부가 전력도매시장까지 개입해 조치를 취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특히 규제 혁파와 친시장주의를 표방한 윤석열 정부에서 근본처방인 전기요금 인상은 놔둔 채 정부 개입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실익이 적다는 반응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전력구입비를 줄이는 조치를 취하면 발전사업자 어려워지고 전력산업 생태계 전반이 취약해진다”면서 “정부 입장은 이해가지만 지금도 적자에 시달리는 발전사업자들이 많은데 거기에 전력구입비를 더 깎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SMP 상한제는 이전에도 용량요금(CP)을 결정하는 발전기의 변동비를 넘지 못하는 방식으로 규제했었지만 지금은 이 같은 방식으로 SMP 상승을 막지 못한다”면서 “정부가 SMP 최고가격제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신재생에너지로 빠져나가는 돈을 일부 막는 효과는 있지만 수십조원으로 예상되는 한전 손실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