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오해를 푸는 일이 남았습니다. 학자로서 양심을 걸고 모다모다 샴푸를 보는 안 좋은 시선을 불식시키겠습니다.”
머리를 감는 것만으로 염색 효과를 내는 '모다모다' 샴푸. 이를 개발한 이해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최근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가 모다모다 손을 들어줘 큰 안도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규개위는 지난달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모다모다 샴푸 내 주요성분인 '1·2·4-트리하이드록시벤젠(THB)' 사용금지에 나선 것에 재검토 결정을 내렸다. 모다모다는 자칫 국내 사업을 접을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 교수는 “모다모다 샴푸에 대한 오해는 워낙 복잡한 사안이 얽혀 있어 위원회 발표만 한 달을 준비했다”며 “결과가 좋게 나와 다행이고, 후련하다”고 전했다.
모다모다 샴푸는 '갈변 작용'을 이용한다. 샴푸 내 폴리페놀이 머리를 감는 과정에서 머리칼에 조금씩 남게 되고, 이것이 산소와 반응해 색을 변화시킨다. 껍질을 깎아낸 사과가 점차 갈색으로 변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기존 염색약과 달리 즉각 염색이 이뤄지지는 않지만, 이용이 워낙 편해 이목을 끌었다. 지난해 6월에 미국, 8월에 우리나라에 제품을 출시해 이미 600억원 매출을 올렸다. 일본에도 소규모로 진출, 지난달 3억원 매출을 올리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 교수는 “대학에서 개발한 기술을 중소기업이 이전받아 제품화하고, 외화까지 벌어들이는 유례가 드문 성공사례를 이룬 것”이라며 “산학협력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다 분자 수준에서 폴리페놀과 융합, 갈변 작용을 돕는 THB가 안전치 못한 물질로 지목받으면서 상황이 안 좋아졌다. 지난 2020년 유럽 소비자안전성과학위원회(SCCS) 평가보고서에 거론된 THB의 '잠재적 유전독성' 내용이 핵심 근거였다. 유전독성은 DNA 구조를 바꾸는 것을 뜻한다. 실제 박테리아에 대해서는 THB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이 교수는 “이를 두고 모다모다 샴푸가 안전치 않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항변했다. 유전독성이라는 무서운 표현, 박테리아에 대한 영향 결과에 겁을 먹을 수 있지만, 실제 인체 우려 점은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자체 회복 능력이 없는 박테리아의 경우 THB가 영향을 끼친 것이 사실이지만, 포유류 세포에 대해서는 SCCS 역시 영향을 공식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파프리카, 생강, 각종 과일을 먹을 때도 이런 유전독성에 노출된다”며 “SCCS가 THB 유전독성 사안을 확정 사항이 아닌 '잠재적'인 것으로 표현한 것도 이런 이유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더군다나 SCCS가 살핀 THB 용례, 모다모다 용례는 전혀 다르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SCCS는 특정 염모제 성분(파라페닐렌디아민:PPD)과 THB를 결합한 염색약을 직접 머리에 발라 스며들게 하는 경우를 가정했는데, 모다모다는 PPD 성분이 없고, 거품을 낸 후 바로 씻어내는 샴푸”라며 “조건이나 노출 강도가 천양지차”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 샴푸에 THB가 1% 미만 매우 작은 비중이라는 점 등 다양한 팩트를 고려해 규개위가 재검토를 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 교수는 인터뷰 과정에서 개인 그리고 학자로서 가진 양심을 언급했다. 부끄러운 일은 전혀 없다고 했다. 그는 “따가운 염색약을 싫어한 어머니를 위해 만들기 시작한 것이 '모다모다'로, 어머니께서 6년 전 시제품 시절부터 쓰고 계신다”며 “아들로서, 학자로서 안전성에 이상이 없다고 단언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지만, 식약처 상황을 이해한다고도 했다. 국민 안전을 지키는 식약처가 안전성을 따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너무 보수적이었던 것은 아닌지 아쉬운 마음”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규개위 결정으로 모다모다는 2년 6개월 재검토기간 동안 문제없이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그러면서 식약처와 상호 협력해 안전성 테스트를 진행하게 된다.
이 교수는 “식약처가 원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협조해 테스트가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며 “그동안 오해를 불식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재검토 고비를 넘기면 연구개발(R&D)을 통해 모다모다 기술과 제품을 더욱 발전시키겠다는 뜻도 전했다. 샴푸 사용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색 수를 늘리고, 발색을 더욱 자연스럽게 하고 싶다고 했다. 이 교수는 “머리카락은 같은 사람의 것이라도 모든 가닥이 조금씩 다른 색을 지녀, 모든 가닥에 같은 색을 강요하는 기존 염색약은 도리어 어색함을 느끼게 한다”며 “먹의 다양한 농도가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뽐내는 수묵화의 미덕을 모다모다 제품에도 담고자 하며, 색 수도 늘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표>모다모다 샴푸 판매 및 규제 진행 상황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