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인정하는 KERI 시험인증 서비스] 산업기술 경쟁력 정점은 '시험인증' 역량

KERI 시험인증 인프라 고전압 시험 설비
KERI 시험인증 인프라 고전압 시험 설비

오는 4월 10일은 전기의 날이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 경제성장 신화는 전력기술과 안정적 전력공급을 기반으로 이뤄졌다. 낮은 정전율에 믿고 사용할 수 있는 깨끗한 전기에너지는 그 자체가 국가 경쟁력이다.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서는 품질을 검증한 전력기기가 필요하고, 신뢰성이 높은 전력기기는 시험인증을 통과해야 세상에 나온다.

우리나라 전기에너지 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 한국전기연구원(KERI·원장 명성호)은 '연구개발(R&D)'과 '시험인증'이 양대 핵심 기능이다.

시험인증은 전력기기, 전력기자재, 전력망 등 전기에너지를 사용하는 기술과 제품 개발, 생산, 상용화 과정에서 필수 절차다. R&D에 비해 국가 및 사회적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중요성은 뒤지지 않는다.

발전소는 생산 전기를 송전소, 변전소와 배전 계통을 거쳐 가정과 공장에 공급하고, 이 과정에서 차단기, 스위치, 케이블, 개폐기 등 각종 전력기기를 이용해 전기 공급을 제어한다. 전력기기에 문제가 발생하면 전력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화재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시험인증은 다양한 전력기기와 기자재를 대전력, 고전압 등 여러 악조건 속에서 테스트하고 안전하다는 성적서, 인증서를 발급하는 서비스다.

KERI는 1976년 '한국전기기기시험연구소'로 출발했다. 시험인증 분야는 KERI 시작이자 성장의 모태다.

[세계가 인정하는 KERI 시험인증 서비스] 산업기술 경쟁력 정점은 '시험인증' 역량
KERI 연구원이 전기차 상호운용성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KERI 연구원이 전기차 상호운용성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세계적인 KERI 시험인증 역량

KERI는 국제 전력기기 시험인증 협의기구인 '세계단락시험협의체(STL)' 정회원이다. STL은 첨단 시험설비, 국제표준에 적합한 시험인증시스템, 우수 인력을 보유한 국가(기관)를 엄선해 정회원 자격을 부여한다. STL 정회원 국가는 12개뿐이다.

STL 정회원이 발급한 시험인증서는 세계 전력기기 시장에서 보증수표로 통한다. KERI는 매년 60여건 STL 시험인증서를 발급하고 있다. 효성중공업, LS산전, 현대일렉트릭 등 국내 전력기기 제조사는 물론 해외에서도 STL 시험인증서를 받기 위해 KERI를 찾고 있다.

STL 정회원 국가는 자국 전력산업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정회원 자격으로 국제 공인 시험인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아가 전력기기 연구개발과 인증제품 수출입에 관한 각종 의견이나 요구, 애로 및 개선 사항 등을 STL에 적극 개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KERI는 국내 전력기기 기업에 시험인증 서비스 제공을 넘어 새로운 규격, 표준 동향, 통용 인증서 등 각종 정보를 제공하며 수출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제전기차충전협의체(CharIN, 차린) '전기차 글로벌 상호운용 적합성 평가기관'으로 지정됐다. 전력기기 시험인증 역량을 전기차로 확대한 의미 있는 성과다.

KERI는 전기차 충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호환성 문제를 점검하고 관련 국제 표준을 선도하는 역할을 맡는다. 전기차 탑재 인증서를 통한 '자동결재 기술(Plug & Charge)' '전력망 연계 충·방전 기술(Vehicle to Grid)' 등 충전 융합기술 이슈를 선점하고 데이터 분석을 접목해 전기차 충전 시험인증 범위와 역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관련 올해 국내외 전기차 대기업, 충전기 제조기업을 한자리에 모아 기술 문제를 점검하는 '국제 테스티벌(Test+Festival)'도 개최한다.

KERI 전기차 급속충전 오류 테스트.
KERI 전기차 급속충전 오류 테스트.

KERI는 해양수산부 지정 1호 전기선박 배터리 공인 시험인증기관이다.

전기선박은 대용량 배터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화재에 관한 사전 안전성 시험과 인증이 중요하고 그만큼 형식승인 조건도 까다롭다.

KERI는 친환경 전기선박용 배터리 셀·모듈·시스템 성능, 안전성을 점검하고 시험인증 서비스를 제공한다. 배터리 시험인증 데이터를 축적 활용해 전기선박 확산과 관련 기업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 시험인증 환경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시험인증 기반 기업 경쟁력 강화 지원

KERI가 보유한 세계적 시험인증 역량은 우리나라 전력기기 기업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비싼 운송비와 시험료를 지불하면서 해외로 나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비용 절감은 수출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진다. 중국은 물론 일본 기업도 제품을 들고 찾아와 시험인증을 요청하고 있다.

KERI는 시험인증 서비스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각종 국제 전시회 참가, 고객사 방문 등 시험인증 마케팅 활동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 시험인증 인지도를 높일수록 이를 활용하는 우리나라 전력기기 기업 수출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KERI 비대면 시험인증 서비스
KERI 비대면 시험인증 서비스

시험인증 서비스 환경 개선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 장기화로 국내 전력기기 업계도 타격을 받고 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수출 제한이다.

전력기기를 수출하려면 수입국 전력청 직원이 입회(참관)한 가운데 시험인증을 받아야 한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에서 국내로 입국이 제한됐고 제때 시험인증을 받지 못한 기업은 결국 수출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상황까지 직면했다.

KERI는 지난해 '비대면 입회시험 서비스'를 전격 도입해 애로 해소에 나섰다. 시험인증 전 과정을 실시간 온라인 영상으로 수입국에 제공했고, 기업은 이 서비스로 미뤄진 수출에 숨통을 틔웠다.

조립이나 별도 조작이 필요 없는 제품은 비대면 서비스만으로 시험인증이 가능하도록 절차를 간소화했고 이를 해외 고객에게도 제공해 '비대면 시험인증 글로벌 서비스'를 정착시켰다.

국내 전기산업계의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한시적으로 8억원 규모 시험 수수료도 인하했다. 비용이 큰 일부 시험 항목은 수수료를 유예하거나 시험 초기 절반만 납부해도 서비스를 제공했다.

김민규 KERI 시험부원장은 “국내 35개 주상변압기 제조사의 한국전력 납품 자격획득에 필요한 시험인증 서비스를 내부 시험 일정 조정과 추가 인력 배치로 제때 완료했다. 일시적이지만 기업 요구에 맞춘 업무와 인력 조정 결과”라며 “납품, 상용화 등을 신속하게 지원하는 방향으로 시험인증 서비스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원=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