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굴없는 화가' 뱅크시의 주요 작품 중 하나인 '러브 랫(Love Rat)'의 시장가치가 최근 3개월여 만에 30% 올랐다. 이 작품을 조각투자 방식으로 7700만원에 매입한 투자자들은 연 수익률 환산 시 120% 이상 수익을 낸 셈이다.
앞서 매각을 통해 수익을 실현한 데미안 허스트 '더 큐어(The cure)', 줄리안 오피 '페임(Faime)' 작품도 연 30~40% 수준 수익을 냈다. 이와 같은 투자 실적이 입소문을 타면서 2030세대를 중심으로 대체투자 열기가 불붙고 있다.
7일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테사에 따르면, 이 회사의 회원 수는 지난해 3월 기준 9877명에서 지난달 말 9만600명까지 확대된 것으로 집계됐다. 1년 만에 10배 가까운 성장을 보였다.
운용자산은 더 가파르게 증가했다. 테사가 지금까지 취급한 미술품 금액은 같은 기간 11억8000만원에서 230억원으로 20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투자자 유입과 동시에 1인당 투자금액이 커진 것이 원인이다. 실제로 1인당 평균 투자 금액은 전년 대비 24만원에서 65만원으로 늘었다. 분할 소유권 보유자 수도 3190명에서 3만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미술품 투자가 소수 자산가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도 옅어졌다. 크립토시장에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경험했던 많은 투자자들이 다양한 대체투자 자산을 찾으면서 안정 자산 선호도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몇 년 간 미술시장의 호황으로 새로 유입된 일반 대중 중에서 미술품 투자로 수익을 경험한 비율이 크게 증가한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미술품 조각투자 경험자들은 가상자산이나 기술주 투자와 다른 목적에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미술품의 경우 최대 기대 수익은 낮지만 분명한 투자 목적물이 존재한다는 측면에서 심리적 안정성을 얻을 수 있는 점을 선호한다. 또한 비교적 하방 리스크가 낮고, 미술품의 특성 상 다양한 경험적 가치를 준다는 점도 높게 산다. 이는 대체불가토큰(NFT)의 대유행과도 맞물린다.
이와 더불어 장기화된 저금리 기조로 인해 재테크가 전 국민적인 필수 관심사가 된 측면도 있다. 과거 5060세대가 여유자금으로 운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재테크였지만, 크립토 시장 활황으로 대거 유입된 2030세대들이 대안 투자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코인 한탕'을 노리다 실패한 경험을 통해 분산투자 필요성에 공감한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테사 관계자는 “과거 미술시장이 붐이었을 때는 고액 자산가들이 주로 참여했었지만, 이제는 테사와 같은 플랫폼 등장으로 일반 대중들도 미술품 투자에 쉽게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미술시장 파이도 과거보다 더 커졌다”며 “이와 함께 미술시장이 성장하고 있어 미술품 투자 시장은 앞으로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