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부터 도입한 새로운 인증 제도가 전기차 충전인프라 확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인증 요원이 전국의 생산공장을 방문해 충전기를 일일이 인증(검정)해야 하는 규제가 생기면서다. 정부 보급 물량 2만기를 비롯해 올해 최소 3만기 완·급속 충전기 수요가 예상되지만, 전국에 인증요원은 5명에 불과하다. 관계 당국의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용 완·급속 충전기 인증 등 제품 출고까지 평균 5~6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충전기는 국가법에 따라 계량과 전자파 등을 검증하는 형식인증과 KC인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부터 충전기당 실시하는 '계량 검정'을 추가했다. 이 검정은 충전기의 전기에너지 출력값과 차량 입력까지 전기에너지 양을 측정하는 것으로 오차 범위(-2.5~2.5%)에 들어야만 인증에 통과할 수 있다. 정부는 정확한 과금을 위해 실제 차량에 충전되는 전기가 충전케이블 등을 거치면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계량 검정을 도입했다.
형식인증과 KC인증은 충전기 제품 1기만 검사했던 것과 과거와 달리 계량 검정은 인증 요원이 생산 현장을 방문해 충전기를 일일이 검사하는 방식이다. 인증 방식이 복잡해졌지만 인증 기관은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 한 곳이며, 인증 요원 역시 다섯 명에 불과하다. 올해 3만기 충전기 수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여기에 인증 비용까지 늘면서 업계 부담은 더욱 켜졌다. 계량 검정 비용은 완속(7㎾급)과 급속(50㎾급) 충전기 각각 1만6450원, 3만3880원으로 충전기당 이 같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관련 업계는 충전기 계량 검정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완속충전기 경우 에너지 손실이 크지 않기 때문에 계량 검정 대상을 20㎾급 이상 충전기로 제한하고 개별 인증이 아닌 샘플링 방식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보조금이 시작되는 연초기 때문에 충전기 주문이 크게 늘고 있지만 검정을 받기 위해 최소 5~6개월이 소요돼 납기일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며 “현실성 없는 계량 검정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