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가격이 상승하는 '카플레이션(car+inflation)' 장기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저렴한 소형차 생산이 줄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가 자동차 관련 세제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생산비용 절감 방안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11일 내놓은 산업 동향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소재 가격 급등에 따라 각국 자동차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글로벌 자동차 부품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카플레이션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전쟁 장기화 시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러시아산 네온과 팔라듐 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우크라이나산 와이어 하니스 등 부품 공급난이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자연은 “대(對)러시아 경제제재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 러시아 육상 운송 제한에 따른 물류비용 증가가 자동차를 포함한 제조업 전반의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완성차 기업의 수익 추구 전략 강화와 환경 규제로 인해 저렴한 자동차가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다. 주요 완성차 업체는 소형 세단과 해치백 생산을 줄이거나 단종하고, 수익성이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픽업트럭, 프리미엄 차종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반도체 공급난까지 더해지면서 고수익 차종으로 판매 대수 감소를 상쇄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여기에 배출가스 등 환경 규제 대응 비용도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낮은 차종은 시장에서 자연적으로 퇴출당하고 있다.
한자연은 “2025년 발효 예정인 유로7 환경 기준은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최신 내연기관차도 충족하기 어렵다”면서 “대다수 차종의 파워트레인 전동화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자연은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으로 각국 소비자의 실질 구매력이 감소하고 있고, 소비자가 신차 구매를 포기하거나 연기하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며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이 틈을 타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한자연은 생계 수단으로서 자동차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호중 한자연 책임연구원은 “정부는 자동차 구매 여력 변화에 대응해 차 세제 전반을 재검토하고, 자동차 생산비용을 구조적으로 절감하기 위한 지원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복 과세 여지가 있는 세목 정리와 취약계층 자동차 관련 세금 감면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면서 “반도체 수를 근본적으로 줄이는 아키텍처 혁신 연구개발(R&D), 소재부품 기업 생산 프로세스 개선 컨설팅 지원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