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교육의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

정훈 러닝스파크 대표
정훈 러닝스파크 대표

3월 23~25일 사흘간 영국 런던 엑셀에서 글로벌 에듀테크 박람회 'Bettshow'가 열려 다녀왔다. 영국은 '위드 코로나'로 전환돼 일상으로 회복된 느낌이다. 50개국 2만여명의 참관자들은 환한 웃음으로 에듀테크 축제를 즐겼다.

필자는 4회째 에듀테크 박람회에 참관했다. 기술은 빠르게 산업을 혁신시키고 있는데 왜 교육만큼은 더딜까. 기술이 학력 격차를 해소하고 4차 산업혁명이 요구하는 창의적 인재 양성, 행복한 인간을 위한 곳에 쓰이고 있는 걸까.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매년 영국 Bettshow를 찾았다.

영국 교육부는 10여년간 교육 산업화 경험을 기초로 2019년 '교육에서 기술의 잠재성 창출' 전략보고서를 통해 향후 교육에서 에듀테크 활용 추진전략을 공개했다. 보고서에서 주목할 점은 세 가지다. 첫째 협력 기반 거버넌스 체계다. 기업과 정부 등이 참여하는 리더십 그룹을 통해 매년 에듀테크 전략 실행을 합의하고, 애자일 방식으로 추진한다. 둘째 기술의 교육적 활용에 대한 명확한 방향 제시다. 높은 품질의 증명된 제품을 학교에서 선택할 수 있게 하고, 당면 문제를 스타트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해결하며 교육과 산업의 동반 성장을 지원한다. 셋째 기술을 활용한 변화 혁신 기회 5대 영역을 제시했다. △행정 업무 경감 △평가 프로세스 개선 △교수학습의 혁신 △특수교육 지원 △교사 역량 계발과 평생교육 영역에 정부가 집중적으로 에듀테크 생태계를 성장시키겠다는 내용이다.

2022년 Bettshow에서는 데이터와 '증거(Evidence)'가 강조됐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영국 교육부 장관 나짐 자하위는 교육부를 데이터를 가장 잘 활용하는 부처로 역량을 강화하고, 증명된 제품을 학교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증거를 만드는데 산업계와 협력하겠다고 했다. 2010년부터 에듀테크 생태계가 활성화하면서 제품은 많이 생산되고 있으나 개발사, 수요자, 연구자 각자가 생각하는 증거가 달라 교육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해 왔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끝에 에듀테크 서비스를 탐색하고 평가하는 서비스 '에듀테크 임팩트'(EdTech Impact)가 출시됐다. Bettshow에는 지난 10여년간 산업화를 통해 교육의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녹아 있다. 교육 문제를 아이디어와 기술을 갖춘 스타트업과 수요자가 참여해서 해결하기 위해 비영리 혁신기구를 중심으로 해커톤이 열린다. 선발된 에듀테크 스타트업은 체계적으로 성장 프로그램을 지원받고 교수학습적 유용성에 대한 증거를 기반으로 제품을 비교할 수 있다. 올해 행사에선 에듀테크 활용 경험 공유를 포함해 미래 교육 어젠다가 논의됐는데 교사 연수 학점을 제공, 교사 참여를 촉진시켰다. 800여명의 전 세계 교육리더와 공급자 간 일대일 인터뷰 프로그램도 제공했다. 에듀테크 기업에는 네트워크를 갖출 수 있는 엄청난 기회다. 이 모든 것이 민·관·학 협력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영국 에듀테크 생태계 개념도
영국 에듀테크 생태계 개념도

우리나라도 K-에듀 통합플랫폼 정보화전략 마스터플랜(ISMP)이 진행되고, 경기·대구·광주 3개 권역을 중심으로 에듀테크 테스트베드 '에듀테크 소프트랩'이 운영되고 있다. 에듀테크 제품 실증을 중심으로 시도되는 초기 단계다. 시·도 교육청뿐만 아니라 지자체, 대학에서 기술의 교육적 활용에 관심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 기술 활용 전략 방향에 대해 민·관·학이 뜻을 모으고 공감하는 것이다. 에듀테크 생태계가 산업의 빠른 혁신 속도와 더해져서 교육의 당면 문제를 해결하고 혁신을 증폭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정훈 러닝스파크 대표 hun.jong@learningspark.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