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POSTECH·총장 김무환)은 이종봉 물리학과·시스템생명공학부 교수팀이 세포 폐쇄형 터널링 나노관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규명했다고 12일 밝혔다. 암 치료 등 응용 연구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포 터널링 나노관은 수백 나노미터(㎚) 두께에 길이가 그 100배인 수십 마이크로미터(㎛)에 달하는 가느다랗고 긴 구조를 가진다. 아주 연약해 보이는 이 관이 어떻게 멀리 떨어진 세포 사이에 형성되고, 그 후 몇 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지는 베일에 싸여 있다.
연구팀은 초고해상도 현미경과 광학 집게를 이용해 폐쇄형 터널링 나노관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포착했다. 세포는 '필로포디아'라는 촉수를 가지고 있는데 서로 인접한 세포 촉수가 맞닿으면서 '카드헤린'이라는 세포 간 결합 단백질을 통해 결합한다. 이때 촉수는 길이가 자라나면서 회전하는 운동을 한다.
이러한 촉수 운동에 의해 두 촉수가 서로 꼬이게 되고, 두 촉수 중 하나가 먼저 상대방 세포에 연결되면, 연결되지 않은 나머지 촉수가 떨어져 나가 후퇴 운동을 하게 된다. 그렇게 남겨진 하나의 촉수가 폐쇄형 터널링 나노관이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생물물리 이론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러한 모델이 물리학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 폐쇄형 나노관을 통해 칼슘이온이 세포 사이에서 전달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끝이 닫힌 구조지만 나노관의 끝과 세포 사이에 채널이 형성돼 물질이 드나들 수 있는 것이다.
이 연구성과는 폐쇄형 터널링 나노관의 형성 과정을 규명한 최초의 결과로 향후 이를 이용한 암 치료 등의 응용 연구에도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암세포에서 많이 형성되는 터널링 나노관이 암 전이의 비밀을 풀기 위한 실마리로도 지목되기 때문이다.
연구에는 포스텍 물리학과 장민혁 박사·통합과정 부가연 씨, 물리학과 전재형 교수·이오철 연구조교수, 생명과학과 류성호 교수 연구팀은 서울대 도준상 교수, 고려대 심상희 교수, 존스홉킨스대 권형배 교수, 라이스대 콜로마이스키 교수 등이 참여했다.
LG연암문화재단 해외교수연수지원사업과 한국연구재단 글로벌 연구실사업,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창의도전연구기반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진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