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탄소중립정책의 대수술을 예고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오히려 증가한 만큼 정책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결론내렸다. 정책 변화 핵심은 원전 가동률 확대다. 더불어 실현가능한 5대 탄소중립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원희룡 인수위 기획위원회 위원장은 12일 통의동 브리핑에서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목표인 탄소중립에 한국도 적극 동참한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있을 수 없다”면서도 “부정적인 경제적 파급효과와 민생 압박을 상쇄하기 위해 정책조합(policy mix)은 대대적으로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잠정 결론”이라고 밝혔다.
이어 “탄소중립에 소요되는 비용과 부담주체를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산업계를 비롯, 이해당사자와의 충분한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돼온 탄소중립은 그 추진 기반이 취약할 수 밖에 없는 만큼 여러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수위 기획위원회 기후·에너지팀은 새로운 탄소중립정책으로 △재생에너지와 원전 조화 △녹색기술 연구개발(R&D) 고도화 △탄소배출권 등 녹색금융 본격화 △글로벌 협력체계 강화 △탄소중립-녹색성장 거버넌스 재구성의 5대 방향을 발표했다.
늦어도 8월까지 그린 택소노미(K-Taxonomy)에 원전을 포함하는 등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올 12월 10차 전력수급계획에 이를 반영되도록 사회적 의견 수렴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탄소중립 에너지 기술 로드맵에는 스마트모듈형원전(SMR)도 통합시키고 에너지 혁신 벤처와 녹색 유니콘, 글로벌 인재 양성도 포함시킨다.
글로벌 협력 부분에선 온실가스 해외 감축분 구현과 자원 및 기술 스왑을 포함했다. 한국에 본부를 둔 녹색기후기금(GCF)과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의 적극적 활용 전략도 강구할 방침이다. 현 정부의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도 최고 전문가로 구성된 효율성 중심의 조직으로 재편할 계획이다.
인수위의 탄소중립정책 수정 방침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으로 인해 온실가스 배출이 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자는 차원이다. 인수위는 문 정부가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과 2050년 탄소중립을 국제사회에 표방하며 탄소중립정책을 펼쳤지만, 실제로는 실현가능성이 크게 떨어지고 민생 압박요인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봤다.
부처 업무보고를 분석한 결과, 2021년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에 비해 4.16%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원전활용이 감소한 반면 석탄발전 소폭 증가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의 16% 급증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가 온실가스정보 종합정보센터는 이와 관련, 올해도 온실가스 배출이 1.3% 이상 늘어나 총 6억8500만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요금 인상 압박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전기요금 총괄원가의 80%를 차지하는 한전의 전력구입비는 원전의 발전량 감소로 인해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13조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5년간 원전 발전량이 3%포인트(P)줄고, 기존 설비의 평균 이용률도 10.1%P 줄어든 반면 원가가 높은 재생에너지, LNG발전 등의 발전원 전력 구매가 늘었기 때문이다.
인수위에 따르면 관계 당국은 문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그대로 추진할 경우 2050년까지 매년 4∼6%의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월평균 350㎾h의 전기를 사용, 4만7000원을 내는 4인 가구가 물가상승분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2025년 5만3000~5만6000원, 2030년 6만4000∼7만5000원, 2035년 7만8000∼10만원의 전기요금을 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수위는 KDI가 2021년 비공개로 작성한 보고서를 근거로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 2050년 탄소중립 달성 시, 2030년까지 연평균 0.7%P, 2050년까지는 연평균 0.5%P의 GDP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인수위 기획위원회는 기후에너지 자문그룹의 작업결과를 종합해 '국민을 위한 탄소중립 전략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윤 당선인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