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채용강요 등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방안'을 심의·확정, 건설현장 불법행위 뿌리 뽑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건설업계는 지난 5년 동안 민주노총을 비롯한 건설노조 불법행위를 사실상 방치한 현 정부가 정권교체 1달여를 앞두고 늑장 대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한전문건설협회가 전국 17개 전문건설사를 대상으로 올해 1월 26일까지 진행한 건설현장 노조 불법행위 1차 실태조사 결과 업무방해, 협박, 공기지연 등으로 인해 부당요구를 수용하는 경우가 75.9%로 조사됐다. 현장별로 피해금액이 최소 300만원에서 최대 30억원에 달했고 공기지연 기간은 최소 7일에서 최대 180일까지로 나타났다.
특히 1차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석공·비계 등 타 공종에 비해 철콘공종에서는 건설현장 부당행위가 92.6%나 발생했다.
시공사 관계자는 “골조회사가 한 번 노조 타깃이 되면 전국 30~40개 공사 현장이 수 주 동안 동시에 공사를 하지 못해 손해액이 급수적으로 커진다”면서 “손배청구도 쉽지 않아 노조 요구를 들어주는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작년 10월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TF를 구성해 12월 말까지 약 100일간 관계부처 합동으로 건설현장을 집중 점검·감독했다. 고용노동부는 A현장에서 새로운 타워에 한 노조 조합원이 채용되자 기존 타워를 운행하던 타 노조 기사들이 작업거부·집회해 기존 노조 기사 채용을 무산시킨 사실을 적발했다. 경찰청은 B현장에서 무리지어 횡단하고 동전을 바닥에 뿌린 후 줍는 등 차량 통행을 방해한 피의자 24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달 31일 “채용 강요 등 불법행위가 건설현장에서 반복되고 고착화되면 건설현장 내 안전과 경쟁력을 더 이상 담보할 수 없게 된다”면서 “관계부처는 건설현장 불법행위가 발생할 경우 엄정하고 철저하게 법을 집행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충남건설기계지부 조합원들은 충남 내포신도시 A사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불법시위를 벌이고 비조합원 펌프카 기사 4명을 집단 폭행했다. 지난 8일 김 총리의 엄정대응 방침 발표 열흘도 되지 않아 소속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고 폭력을 행사했다.
건설업계는 정부가 지난 5년 동안 방치하는 과정에서 힘이 세진 건설노조가 정부의 경고를 관성적으로 무시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역 전문건설사 대표는 “정부가 최근 일부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그동안 정상적으로 공권력 집행을 안해왔기 때문에 중징계는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여전하다”면서 “공기지연으로 건설사가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보는 반면 건설노조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상황에서 불법행위는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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