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연구팀이 국제 공조연구를 통해 역대 최고로 긴 기후모델 시뮬레이션을 활용, 기후 변화가 인류 서식지와 종 계승 등 인간 진화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 연구팀이 독일, 스위스 연구진과 함께 기후 변화와 인류 진화 사이의 연관성을 규명했다고 13일 밝혔다.
기후 변화가 인류 진화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화석과 고고학적 증거를 통해 제시됐으나, 인류화석 유적지 근처 기후와 관련된 자료 부족으로 그 영향을 명확히 규명하는 것은 오랜 난제로 남아있었다.
연구단은 IBS가 보유한 슈퍼컴퓨터 알레프(Aleph)를 활용, 대륙 빙하와 온실가스 농도, 천문학적 변동을 강제력으로 이용해 기후 모델링을 수행했다. 이를 통해 과거 200만년 동안의 기후 자료를 생성하고 식생, 화석, 고고학 자료를 결합해 현대 인류 조상인 '호미닌'종이 시대별로 살았던 서식지를 추정할 수 있는 시공간 지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고대 인류종 서식지가 2만1000년에서 40만년까지 시간 주기에서 발생한 천문학적 변동으로 인한 기후 변화에 따라 모두 이동됐음을 밝혔다. 빙하기-간빙기를 포함한 과거 기후 시간적 변화가 호미닌 집단이 살았던 장소와 시기를 결정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연구진은 또 다른 호미닌종이 접촉해 같은 서식지 내에 혼재한 점을 확인, 이는 동시대에 발생했던 거대한 기후 이상 현상에 의한 유전적 병목현상과 그에 따른 유전적 부동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연구는 인간 기원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고기후 모델 시뮬레이션 자료를 활용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 특히 윤경숙 IBS 연구위원은 슈퍼컴퓨터 알레프를 통해 역대 최고로 긴 기후 시스템 모델 시뮬레이션을 완료했다. 이는 지난 200만년의 지구 환경 역사를 다루는 최첨단 기후 모델을 사용한 최초 연속적 시뮬레이션이다.
악셀 팀머만 IBS 기후물리연구단장은 “이번 연구는 기후가 호모종 진화에 근본적 역할을 한 것을 증명한다”며 “현재 인류가 지금 우리일 수 있었던 것은 인류가 느린 기후 변화에 수천 년 이상 적응해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네이처(Nature)에 14일 게재됐다.
이인희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