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해저에 생활과 연구 공간을 구축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원장 김웅서)은 해저공간을 개발해서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하는 '해저공간 창출 및 활용 기술개발 사업'을 시작한다고 13일 밝혔다. 프로젝트는 해저에 생활과 연구를 위한 거주공간을 만들 수 있는 설계·시공 기술 개발이 핵심이다. 해저공간 개발 후 이를 유용하게 활용할 운영·유지관리 기술도 개발한다. 총 사업비 373억1400만원을 투입해 올해부터 2026년까지 5년 동안 추진한다. KIOST가 주관하고 건설사, 통신사, 유관 연구기관 등 22개 기업·기관이 참여한다.
주요 개발 기술은 해저 연구공간과 거주공간, 수중 데이터센터, 수중 챔버 등을 포함한 해저공간 플랫폼 구축 기술, 공간 체류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의료기술, 수중 에너지 공급과 수중 정보통신기술(ICT)이다. 최종 목표는 수심 30m에서 3인이 30일간 체류할 수 있는 아시아 첫 '모듈형 수중 구조물'과 이를 연결한 '모듈형 해저공간 플랫폼'을 개발하고 해저에 구축해서 실증하는 것이다.
'모듈형 수중 구조물'은 울산 앞바다에 구축한다. 울산 앞바다는 탁도, 조위, 수온 등에서 수중 작업이 용이하다. 최근 20년간 해저 지반의 침하 이력이 없어 재해 안전성도 높다. 조선·해양플랜트산업 집적화 단지가 있어 사업 연계에 유리하다는 점도 작용했다. 김웅서 원장은 “모듈형 해저공간 플랫폼은 첨단 해양과학기술을 융복합한 집약체다. 우리나라 해양과학기술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국민의 해양 활용 범위를 넓혀 해양산업이 전방위로 발전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 말했다.
해저 연구는 생태계 조사, 자원 탐사 차원에서 꾸준히 이뤄졌다. 하지만 해저에 공간을 만들어서 장시간 머무를 수 있는 해저공간 개발 계획은 검토 수준에 그쳤다. 레저시장, 심해저 연구 확대 측면에서 수요는 있었지만 접근성을 비롯해 난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사업 참여 기업은 롯데건설·현대건설·SK텔레콤·동명기술공단종합건축사사무소·상지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오션스페이스 등 6개사, 참여 기관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순천향대병원 등 16개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