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0일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이 있다. 지난달에는 취임식준비위원회도 구성됐다. 지금쯤 공약을 정리하고 국민에게 전할 핵심 메시지를 숙고하고 있을 것이다. 취임사는 여느 때처럼 앞으로 5년간 정부 운영의 가이드라인이 될 터다.
당연히 성장과 혁신을 위한 과제도 담길 것이다. 그 가운데 하나는 '과학기술 선도국가'라는 것이겠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과학기술 비전의 주제는 '추격국가에서 선도국가로'였다. 또 다른 공약자료에서는 '과학기술 추격국가에서 첨단기술 선도국가로'를 표제로 하고 있다.
추격형에서 벗어나 선도형 성장을 추진하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정책을 거슬러 검토해 보면 예전부터 후발국이 우리를 바싹 추격해 왔고, 우리의 국가경쟁력은 떨어지고 있다는 진단을 하고 있다. 먼 미래를 내다보고 과학기술에 투자하고 창의적 역량을 길러야 한다고 했으며, 여기에 우리의 지속적 성장의 미래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대통령 공약이나 취임사에 언급될 정도로 중요한 과제가 왜 아직도 해결되지 못했고, 개선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첫째는 이것이 지속되는 도전이며, 그만큼 어려운 과제라는 반증이다. 지난 10여 년을 되돌아보면 결국 '우리가 이것을 추진할 만한 전략이 있었나' 하는 다른 질문으로 귀결하게 된다.
누군가는 전략이 왜 없었냐고 할 것이다. 추격국가에서 선도국가가 되는 것, 기술 추격형 성장에서 기술 선도형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이것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이것이 정책을 명료하게 가늠해 줄 기준점이 되고, 다른 경쟁국 또는 우리보다 앞서 있는 선진국과 경쟁하는 데 그런 전략을 말하는 것인지 자문하게 된다.
정부 연구개발(R&D)투자를 GDP의 4%를 넘어 5%로 높여야 한다고 보자. 예를 들어 정부가 발표한 2022년 국가연구개발예산은 29조8000억원이고 결과적으로 GDP 대비 정부R&D투자는 1.09%, 전체 R&D투자는 4.64%에 달하게 된다. 향후 민간R&D투자가 얼마간 정체되더라도 향후 정부가 분발한다면 GDP의 5%를 만드는 것은 달성하지 못할 목표도 아닐 듯해 보인다. 이렇게 된다면 전자를 기준으로 세계 1위, 후자로는 이스라엘의 4.95%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인 지금과 비교해 양 지표 모두 세계 1위가 되는 셈이다.
다른 한편이 있다. 몇 해 전 수치이고 그 사이 격차가 줄었겠지만 미국·중국·일본·EU 등 28개국과 우리나라를 합친 총연구개발비 가운데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것은 고작 5.5%에 불과하다. GDP의 5%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것은 대단한 목표이고 자랑스러운 것이지만 우리에게 이것을 가늠해 갈 청사진도 필요한 것은 이런 이유다.
많은 정부에서 이런 노력을 했다. 20년 가까이 국가 과학기술 사령탑을 두겠다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였고, 과학기술혁신본부·국가과학기술위원회 같은 정부조직도 국가과학기술심의회·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같은 조직도 모두 이것을 설립 목적의 하나로 했다. 이제야 되돌아보면 국가 차원의 청사진을 제대로 그려 내는 점에서만큼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윤석열 당선자의 공약에서 꼭 지켜졌으면 하는 것이 오히려 분명해진다. '추격국가에서 선도국가로'라는 짧은 한 구절일 뿐이지만 '국가 과학기술 전략 로드맵을 새로 만들고'라는 부분이다. 어쩌면 이것이 그동안 많이 고심한 모든 것의 목표가 아니었나 싶다. 그동안의 노력도 여태껏 꿈꿨지만 손에 쥐지 못한 이 '블루 프린트'를 위한 실험이 아니었나 싶다.
박재민 건국대 교수·ET대학포럼 좌장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