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원인균 헬리코박터, 면역 환경에 따라 암 유전자 수 변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동물연구 개요(위)와, 숙주 면역반응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병독성 변화 사이 관계(아래). 사진=차정헌 연세대 교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동물연구 개요(위)와, 숙주 면역반응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병독성 변화 사이 관계(아래). 사진=차정헌 연세대 교수

위암 원인균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cagA(세포독소 관련 유전자 A) 유전자 수가 숙주 면역 상태에 따라 변화한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규명했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이광복)은 차정헌 연세대 교수 연구팀이 유전자변이 쥐를 이용한 PMSS1(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임상균주) 균주 감염 연구를 통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숙주 면역 상태에 반응, cagA 암유전자 수를 변화하는 병독성 조절기전을 가진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14일 밝혔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주사기 모양과 유사 구조물인 제4형 분비계를 이용해 위 상피세포 안으로 CagA 단백질을 주입, 숙주 세포 내 신호 전달체계를 교란해 위암을 유발할 수 있다.

연구팀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숙주 면역반응에 따라 CagA 단백질 발현을 조절하는 기전을 가질 것이라는 가설을 세워 접근했다.

그 결과 면역반응이 약한 숙주에 감염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cagA 유전자 수가 늘어나 병독성이 강해졌지만, 면역반응이 강한 숙주에 감염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cagA 유전자 수가 적어져 병독성이 약해졌다.

연구팀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숙주를 공격할 것인지, 아니면 숙주 면역을 피할 것인지 결정하는 기전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차정헌 교수는 “사람의 면역 능력이 떨어지게 되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병인 인자 유전형이 병독성이 강한 방향으로 변화되며, 이 변화 때문에 위암과 같은 심각한 위장질환 유발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강한 독성인자 유전형을 가지게 된 이유를 밝히는데 중요한 기초연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한국연구재단 추진 '중견연구사업'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미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거트 마이크로브(Gut Microbes)'에 지난달 15일 온라인 게재됐다.

이인희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