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3일(현지시간) “창업주께서 현대를 시작하실 때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처럼 현재의 변화는 진행형”이라면서 “앞으로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곧 출범하는 새 정부를 향해서는 규제 완화를 기대했다.
정 회장은 이날 미국 뉴욕 맨해튼 제네시스 하우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아이오닉5의 세계 올해의 차 수상 등 현대차의 글로벌 위상 변화에 대해 “인간을 위해 도전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이같이 밝혔다.
정 회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중 갈등을 비롯한 지정학적 위기에 대해 “국제 정세가 불안하고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어떤 일이 시작될 때 민첩하게 움직여야 하니까 항상 시나리오를 갖고 민첩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회사에서 예측 기능을 많이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공언한 새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을 묻자 “어느 정부든지 저희가 하기에 달린 것 같다”며 “저희가 열심히 할 테니까 열심히 도와주기를 바란다는 게 저희의 부탁”이라고 답했다. 이어 새 정부의 규제 완화 기대는 “항상 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의 현대차 남양연구소 방문도 언급하면서 “규제 완화 등 새 정부의 의지에 대해 많이 말씀하셨고, (저도) 디테일한 부분을 많이 말씀드렸다”면서 “우리 직원들도 많이 고무됐다”고 말했다.
미래 자동차와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구상도 밝혔다. 정 회장은 “탄소중립 목표 시점인 2045년에 맞춰 전동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면서 “경쟁력 있는 전기차를 만드는 방향으로 계속 푸시하고 있다. 충전 인프라도 더 많이 속도 있게 깔릴 것”이라고 밝혔다.
로보틱스 비전에 관해선 “요소 기술이나 부품과 같이 로봇 기술의 브레인이 되는 기술을 가진 곳과 협업 등 다양한 방식을 검토 중”이라면서 “산업용과 개인용을 모두 보고 있다. 개인용 로봇은 어디나 따라다니는 비서 역할을 하는 로봇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소전기차에 대해 정 회장은 “시행착오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조금 지연될 수 있다”면서도 “최대한 당겨서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자동차 가격 인상에 “원자재 가격이 다 올라가니 차뿐만 아니라 다른 가격도 다 올라가는 것”이라면서 “내부에서 논의 중이다. 차 가격이 올라가는 만큼 고객들이 서비스든 뭐든 더 받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에서 저희가 잘하다 보면 국가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서 “우리의 목적은 더 큰 고객들에 있고, 그것은 국가를 초월하는 개념”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시장에서 혼다를 제친 데 대한 소감으로는 “차를 많이 판다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저 자신부터, 저희 내부 체질을 바꾸는 데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정 회장은 최근 몇 년 사이 그룹 차원의 변화 노력에 관해 몇 점을 주고 싶느냐는 물음에 “소프트웨어 부분이 혁신적으로 많이 바뀌어야 하는데 지금 시작하는 단계”라며 “점수로 하자면 30점이나 40점 아닐까”라고 답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