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이 외국인직접투자(FDI)의 새로운 무대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리나라도 첨단산업단지 유치, 글로벌 공동 연구개발(R&D)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7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외국인직접투자 특징으로 유럽연합(EU) 대세, 수익 재투자 증가, 메가 인수합병(M&A)이 꼽혔다.
투자할 때 용지를 직접 매입해 사업장을 짓는 그린필드 FDI는 EU가 가장 높았다. 미·중 무역 갈등 이후 공급망 재편 수혜를 입고 있다는 분석이다.
2018년 3월 미·중 무역전쟁 시점을 기준으로 이전 3년간 그린필드 FDI 평균과 이후 3년간 평균을 분석하면 EU 증가율은 47%에 달했다. 중국(13.5%), 일본(12.1%), 미국(5.7%)이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는 -32.6%로 세계 평균(5.6%)에 크게 못 미쳤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증감률은 각각 26.2%, -4.5%로 대조를 이뤘다.
2013~2020년 FDI 수익 재투자율을 분석한 결과 OECD 국가 평균은 2013년 28.8%에서 2020년 43.7%로 증가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49%에서 18.2%로 감소했다. 8년간 평균은 OECD가 35%인 반면에 우리나라는 24.7%로 나타났다.
미·중 갈등 전후 3년 재투자율 평균은 OECD가 36.5%에서 40.3%로 상승했지만 우리나라는 44.8%에서 32.1%로 감소했다.
2011년 전 세계 메가 M&A 비중은 29.9%였는데, 2021년 비중은 39.7%로 나타났다. 건수로는 69건에서 197건으로 약 2.8배 늘었다. 국가별로는 미국은 4.2%포인트(P), 중국 28.4%P, 독일 29.1%P 증가했지만 우리나라는 2016년 1건뿐이었다.
국내 재투자 촉진을 위해 경영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높은 규제나 경직된 노동환경, 국제 표준과 일치하지 않는 국내 기술규제 등이 재투자를 저해시킨다는 주장이다. 공장 확장 시 규제 완화 등 개별 외국인 투자 기업에 대한 맞춤형 경영환경 개선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대한상의가 252개 주한 외국인 투자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장 큰 경영 애로는 인증·시험·검사 등 기술규제(45.2%)였다. 경직된 노동법(18.7%)도 3번째 큰 애로로 꼽힌 바 있다.
이성우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통상본부장은 “미·중 갈등 및 코로나19 장기화로 글로벌 FDI 구조가 변화하는 가운데 리쇼어링을 중심으로 첨단소재 및 부품의 공급망 재편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면서 “그린ㆍ디지털 뉴딜 정책을 기반으로 한 신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메가 M&A를 위해 국내에 있는 각종 해외펀딩 규제는 과감히 철폐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