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이 가져온 인구문제는 한국 사회가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라고 다들 말한다. 그렇지만 정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인구학자로서 인구 위기 상황을 주장하지만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고 딱히 문제점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홀로 양치기 소년이라도 된 듯하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저출산이 기록된 해는 1983년이다. 저출산은 합계출산율이 대체 수준(2.1)보다 낮은 경우를 말한다. 벌써 40년이 다 됐다. 2002년부터는 합계출산율 1.3 이하인 초저출산이 시작되었다. 지금부터 20년 전이다. 2018년부터는 합계출산율이 1.0보다도 낮아졌고, 급기야 지난해에는 0.81을 기록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이토록 심각하게 저출산이 계속되고 있는데 왜 문제로 느끼지 않을까. 필자가 추측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얼마 전까지도 인구는 계속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통계청 장래추계인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2020년에 5183만6239명으로 정점을 찍고 2021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저출산임에도 인구는 증가할 수 있을까. 사망자보다 출생아가 많으면 인구는 증가한다. 출산율은 낮았지만 청년 인구가 많아서 출생아는 한동안 40만명대를 유지할 수 있었다. 반면에 노인 인구가 많지 않던 과거에는 사망자가 24만명대에 머물렀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2010년부터는 사망자 증가세가 완연해지고 2020년부터는 30만명대를 넘어섰다. 출산율은 더욱 낮아졌고 청년 인구 규모도 줄어들어서 출생아는 20만명대가 되었다. 앞으로 사망자와 출생아 차는 점점 더 커질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인구 위기라 하지만 인구 측면에서 지금은 여전히 좋은 시절이라는 점이다.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해야 할 인구(유소년·고령 인구)를 뜻하는 총부양비는 2020년 현재 38.7명으로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낮은 구간에 속해 있다. 저점은 2016년의 36.2명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2070년이 되면 총부양비는 116.8명으로 지금보다 세 배로 커진다.
세 번째 이유는 변화 속도에 있다. 1980년대 초반만 해도 연간 인구증가율이 1%를 넘었다. 그 당시는 인구 변화가 크게 느껴졌다. 지금은 소폭 증가세가 소폭 감소세로 반전된 상태다. 마치 서서히 끓는 물 속에 있는 개구리가 뜨거운 기운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속도가 느리다 보니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 문제는 앞으로 변화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데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54년부터는 연간 인구감소율이 1%를 넘어선다. 한 해는 제주시, 다음 해에는 포항시가 사라지는 식이다.
마지막 네 번째 이유는 필자의 추측이다. 인구 변화가 가져올 위기 상황을 우리는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다가올 인구 변화 속에 현행 제도가 지속 가능하지 않음을 알면서도 변화가 고통스러워 애써 눈을 감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연초에 실시된 대학입시에서 많은 대학이 모집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수험생보다 입학정원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대학은, 교육부는 과연 이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이제 외면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어쩌면 외면한 것만큼 더 고통스럽게 적응해야 할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인구 변화를 고려한 사회제도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 그 첫 번째 과제에 연금제도 개혁이 들어갈 것이다.
최슬기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chois@kdischool.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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