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무대내공 투철한 늦깎이 '신스틸러'

1990년대 드라마 '겨울연가' 열풍으로 시작된 콘텐츠 한류가 K-팝의 세계화 기조와 함께 오징어게임·미나리·파친코 등 다양한 기획, 탄탄한 연출, 돋보이는 연기력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K-드라마는 기존 인기배우는 물론, 신진 배우나 안방 감초 배우들을 조명하는 계기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연극이나 뮤지컬 팬에게는 익숙하지만 안방 대중에게는 다소 낯선 늦깎이 신스틸러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현장에서 관객을 마주하던 탄탄한 내공의 배우들은 표현방식이나 환경이 달라진 매체연기 속에서도 빛을 발하며 안방 시청자들의 검색본능을 불러일으킨다.

과거에는 필수로 꼽혔지만 다양한 데뷔환경 속에서 어느새 특별한 존재로 여겨진, 최근에는 그 어느 때보다 조명받는 탄탄한 내공의 늦깎이 신스틸러의 면면은 어떤 모습일까? 엔터테인&에서 대표 늦깎이 신스틸러를 살펴본다.

◇전미도

배우 전미도. (사진=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전미도. (사진=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전미도는 2020~2021년 두 해에 걸친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 여주인공 채송화 역과 함께 최근 종영한 JTBC 수목드라마 '서른, 아홉' 속 시한부 캐릭터 정찬영 역으로 안방극장에 진한 공감을 전한 배우다. 매체연기로는 2018년 tvN 마더 속 '원희 엄마'로 특별출연한 후 현재 4년 차지만, 뮤지컬계에서는 16년차에 달하는 베테랑 배우다.

2006년 뮤지컬 '미스터마우스'로 연기에 첫발을 내딛은 그녀는 번지점프를 하다, 베르테르, 원스, 맨 오브 라만차, 스위니 토드, 어쩌면 해피엔딩, 닥터지바고 등 뮤지컬 작품과 라이어, 신의 아그네스, 갈매기, 메피스토, 비(BEA), 오슬로 등 연극에 주연 배우로 출연하며 무대연기 동료들의 롤모델로 손꼽혀왔다.

최근 출연한 JTBC 수목드라마 서른, 아홉 속 전미도. (사진= JTBC 제공)
최근 출연한 JTBC 수목드라마 서른, 아홉 속 전미도. (사진= JTBC 제공)

동료배우의 신망과 무대에서의 매력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캐스팅 당시에도 조정석, 유연석 등 상대 타이틀롤 배우의 추천으로 이어지며 매체연기로의 자연스러운 진출까지 이어졌다. 그의 연기 매력은 배우로서 매력적인 비주얼은 물론, 대본 이상의 캐릭터 분석과 몰입을 바탕으로 무대나 카메라 앞을 가리지 않는 자연스러운 호흡과 현실감 있는 표현에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그가 맡았던 캐릭터는 작품 이상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배우 전미도. (사진=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전미도. (사진=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전미도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많은 배우가 무대 활동 이후 매체로 넘어와 잘하는데, 딱 구분지어서 놀랍다하는 선입견이 있어 안타까울 때가 있다”며 “아직은 부족한 사람이라 민망하지만, 무언가 계산하기보다 직접 다양한 환경을 접하면서 자신의 매력을 발산하고 경험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앞으로 더 많은 캐릭터를 소화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강말금

배우 강말금. (사진=스타빌리지엔터 제공)
배우 강말금. (사진=스타빌리지엔터 제공)

강말금은 2020년 장편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속 타이틀롤 이찬실 역으로 백상예술대상, 청룡영화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들꽃영화상, 부일영화상 등 영화계 대표 시상식의 신인 여우상을 휩쓴 배우다. 2018년 MBC '붉은 달 푸른 해'를 시작으로 리갈하이, 마우스(정바름 이모 역), 대박부동산(주화정 역), 옷소매 붉은 끝동(혜빈 홍씨 역), 서른, 아홉(차미현 역), 군검사 도베르만(도수경 역) 등 드라마와 함께 넷플릭스 역대기록을 수립한 '오징어게임'에서 성기훈(이정재 분) 전처 강은지 역으로 활약을 펼쳤다.

최근 방영작 tvN 군검사 도베르만 속 강말금. (사진=tvN 제공)
최근 방영작 tvN 군검사 도베르만 속 강말금. (사진=tvN 제공)

강말금의 매체연기 내공은 2007년 극단 수레무대 활동을 통해 시작한 연극무대에서의 꾸준한 활약과 함께, 2010년부터 거듭해온 독립영화 출연 경험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40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듯한 편안한 톤과 함께 캐릭터나 장면 속에 녹아들어 극 속 인물 자체로 호흡하는 흡수력은 '낯선 듯 익숙한' 신스틸러로서 그녀를 각인시키며 안방극장은 물론 무대별 평단에 의해 높게 평가받고 있다. 강말금은 세계 영화계에 소개하는 영화진흥위원회 주최 캠페인 '코리안 액터스 200(KOREAN ACTORS 200)'의 한 명으로 당당히 이름도 올렸다.

배우 강말금. (사진=스타빌리지엔터 제공)
배우 강말금. (사진=스타빌리지엔터 제공)

강말금은 청룡영화상 신인상 당시 인터뷰를 통해 “아직도 촬영 전 마음이 떨리고 촬영장도 무섭다. 하지만 내가 가야 하는 길이기에 걸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어느새 마음이 편해지곤 한다. 절대 좌절하지 말고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자기 자신을 믿고 올곧게 차근차근 걸어 나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조정석

조정석은 2004년 뮤지컬 '호두까기 인형'으로 데뷔한 이후 한동안 '뮤지컬계 아이돌'로 불릴 만큼 큰 인기를 누렸다. 8년 뒤인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 납득이 역과 MBC 드라마 '더 킹 투하츠' 은시경 역으로 양면에서 성공을 거두며 매체연기 쪽에서 집중 조명됐다.

배우 조정석. (사진=잼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조정석. (사진=잼엔터테인먼트 제공)

이후 최고다 이순신, 오 나의 귀신님, 질투의 화신, 투깝스, 녹두꽃,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를 통해 안방극장을 매료시켰고 관상, 역린, 형, 뺑반, 엑시트 등 스크린에서도 큰 활약을 펼쳤다. 조정석은 매체연기 활약 속에서도 헤드윅, 아마데우스 등 뮤지컬 행보도 꾸준히 이어갔다. 조정석은 안방극장과 스크린, 뮤지컬을 넘나드는 국내 대표 남자배우 중 하나다. 물론 동년배인 조승우가 워낙 큰 존재감을 자랑하지만 영화와 뮤지컬을 거의 동시에 시작한 조승우와 달리 뮤지컬 무대부터 침착하게 내공을 쌓아왔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다.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조정석의 모습. (사진=tvN 제공)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조정석의 모습. (사진=tvN 제공)

조정석의 매력은 그가 주목받기 시작한 2012년 당시 두 작품을 보면 극명히 드러난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는 유쾌하고 깨알 같은 잔망미를 '더 킹 하츠'에서는 미련하게 비쳐질 만큼 우직하면서도 남자다운 카리스마형 캐릭터를 완벽하게 연기해 호평을 받았다. 조정석은 매체 인터뷰를 통해 “차기작을 결정할 때마다 서사적인 흥미도와 캐릭터의 신선함, 작가·감독 조합 등 다양한 요소를 놓고 고민한다. 또 이 작품 속에서 나의 역할과 목적을 열심히 분석하는 데 집중한다. 시대 흐름과 함께 함께 호흡하는 동료들과 맞춰가면서 작품을 만들어나가는 게 제가 연기하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최무성

배우 최무성. (사진=최무성 인스타그램 발췌)
배우 최무성. (사진=최무성 인스타그램 발췌)

최무성은 2002년 영화 '남자 태어나다'로 매체연기를 시작했다. 2010년 영화 '악마를 보았다' 속 살인마 태주 역과 2015~2016년 tvN '응답하라 1988' 속 택이(박보검 분) 아빠 최무성 역으로 대중적인 주목을 받은 배우다. 그는 조선명탐정, 베를린, 1급기밀, 항거:유관순 이야기 등 스크린 작품과 슬기로운 감빵생활, 미스터션샤인, 녹두꽃, 비밀의숲2 등 안방 작품에 출연하며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tvN 비밀의 숲2 속 최무성. (사진=tvN 제공)
tvN 비밀의 숲2 속 최무성. (사진=tvN 제공)

최무성의 연기 내공은 연희단 패거리, 예성동인, 극단 신기루만화경(2000년 창단) 등 극단생활과 브라이튼 해변의 추억, 먼데이 PM 5:00, 달을 희롱하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야간여행 등 수많은 연극을 무대로 올린 연출가로서 경험에 기인한 폭넓은 캐릭터, 연출 이해도와 그 표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BS 드라마 녹두꽃 당시 최무성의 모습. (사진=전자신문DB)
SBS 드라마 녹두꽃 당시 최무성의 모습. (사진=전자신문DB)

최무성은 인터뷰를 통해 “관객은 연기자를 역할로써 한 번 보고 마는 것이기에 캐릭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객관적으로 최상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특수성과 조화를 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해선

배우 배해선. (사진=버드이엔티 제공)
배우 배해선. (사진=버드이엔티 제공)

배해선은 2015년 SBS 드라마 '용팔이'를 시작으로 지난해 JTBC 구경이, tvN 해피니스, 웨이브 오리지널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이상청)' 등 트리플 방영작과 함께, 올해 초 화제를 모았던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까지 신스틸러 행보를 거듭하고 있는 배우다.

웨이브 오리지널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속 배해선. (사진=콘텐츠웨이브 제공)
웨이브 오리지널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속 배해선. (사진=콘텐츠웨이브 제공)

그녀의 연기는 1995년 연극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부터 2020년 '더 드레서'까지 이어지는 연극무대 활동과 1998년 '의형제'를 시작으로 맘마미아!, 시카고, 삼총사, 모차르트!, 아가사, 브로드웨이 42번가 등 뮤지컬 활약까지 26년간 거듭해온 풍부한 무대연기 경험을 바탕으로 한 캐릭터 소화력과 연기 열정에 따른다. 작품 속 캐릭터 역할에 따라 순수함과 다크함, 단호함 등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연기표현력은 극을 보는 것만큼이나 그녀의 연기를 모아보는 재미 또한 갖게 한다.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속 배해선.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속 배해선. (사진=넷플릭스 제공)

배해선은 인터뷰를 통해 “여전히 신인이다. 뮤지컬 20년으로 좋은 역할을 많이 해왔지만 그때도 연기에 대해서는 물론, 다양한 역할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내면에 스스로 예술성을 간직한 채 스태프들과 함께 현장에서 즐기면서 배우로서 더 다지고 싶다”라고 말했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