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가상자산 투자 '미래 대응-고객 리스크' 딜레마

신한금융 '코빗' 투자 지속 보류
완전한 제도권 시장 인정 못 받아
금융당국 부정적 시각 무시 못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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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그룹의 가상자산거래소 기업 코빗 투자 추진 건이 내부 투자심의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보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금융 외에 다수 금융사가 가상자산거래소 투자를 저울질하고 있지만 모두 금융당국의 부정적인 시각에서 자유롭지 못해 섣불리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고민에 빠졌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은 디지털 혁신기업에 투자하는 SI(Strategic Investment)펀드인 '원신한 커넥트 신기술투자조합 제1호'로 코빗 투자를 검토했으나 내부 투자심의위원회에서 보류됐다. 아직 투자 추진 여부를 확정하지 못하고 계속 검토를 거듭하고 있다.

신한금융 계열사인 신한은행은 코빗에 실명계좌를 제공하고 있다. SI펀드는 신한은행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코빗 지분 일부를 확보하면 추후 좀 더 적극적인 파트너십을 모색할 여지가 생긴다.

타 금융지주를 비롯해 금융투자사 등 다수 금융사도 코빗을 비롯해 가상자산거래소 기업에 대한 지분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뚜렷하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금융당국 눈치를 보고 있다.

금융회사는 금융위원회가 인정하는 업종에 대해 핀테크 기업에 출자할 수 있다.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해 금융산업이나 소비자에게 기여하거나 기여가 예상되는 사업을 하는 기업이 대상이다. 직접 부수업무로 영위할 수 있지만 경영 건전성을 해치거나 이용자 보호에 지장이 생기거나 금융시장 안정성을 해치는 경우 등은 제외한다.

금융당국은 아직 가상자산 관련 법령이 미비해 완전한 제도권 시장으로 보지 않고 있다. 가상자산거래소의 경우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시행으로 제도권에 편입했으나 아직 완전한 수준은 아니다. 대체불가토큰(NFT), 탈중앙화금융(디파이), STO(증권형토큰)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기존 금융고객에게 리스크가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 등으로 사실상 직접 투자가 불가하다.

시중은행이 블록체인 기업과 손잡고 별도 디지털자산 커스터디(수탁) 합작법인을 세운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디지털자산 관련 법령이 아직 미비하지만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분위기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내부 업무 효율화를 추진하는 시도를 넘어 대부분 금융사가 새로운 디지털자산 시장 진출까지 염두하고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의 경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은행이 가상자산 관련 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부수업무에 가상자산업을 추가해달라는 요청을 준비했다가 당국과 세부 협의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사실상 시중은행,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등 전 은행권이 가상자산 시장 참여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현실적인 추진 속도를 가늠하기로 한 셈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당장 직접 사업으로 연결할 수 없지만 디지털자산 관련 기술·서비스를 시험해보면서 가까워진 미래 시장에 대응할 필요성에 모두 공감하고 있다”며 “다만 새 정부가 어느 정도 수준의 규제·육성방안을 언제 제시할지 가능할 수 없어 적극적으로 선제 대응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