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킨의 소설 '반지의 제왕'에서 공포와 어둠의 황제 사우론은 거대한 '다크 타워' 위에서 불타오르는 '절대반지'의 눈으로 세상을 내려다본다. 사우론의 눈을 바라본 적들은 공포에 사로잡힌다. 우주창조에도 참여한 강력한 '마이아르'족의 후예인 불멸의 사우론은 '중간계'의 태초로부터 일어난 거의 모든 것을 알고, 세상의 모든 것을 응시한다. 중간계의 모든 자유인은 언제 어디서나 사우론의 눈이 자신을 응시하고 있다는 공포심에서 벗어날 수 없다.
드론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초기에는 터키산 바이락타르 드론의 미사일 공격력이 이목을 끌었으나 점점 더 드론 카메라를 통한 지상관측 능력과 이를 통한 종합적 통합작전 수행능력이 주목받고 있다. 미래 전쟁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임은 예상돼 왔지만 군사용이 아니라 민간 상용 드론의 활약상은 정말 놀랍다.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모든 연주자를 지휘하듯 일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릴 작전 영상을 촬영하고, 몇몇 드론은 여러 각도에서 적의 이동을 감시하고, 또 다른 드론은 정확한 포격 위치를 계산해서 작전명령을 전달한다.
시야가 더 넓은 인공위성이 더 우월하지 않을까? 그렇지는 않다. 너무 높이 떠 있는 인공위성의 해상도는 1m 이하로 낮추기 어렵다. 사방 1m 면적이 점 하나로 표시된다는 뜻이다. 국내 최고 위성카메라의 해상도는 30㎝ 정도로 알려져 있다. 지상의 자동차를 분간할 수는 있지만 무슨 차종인지는 알 수 없다. 세계 최고 첩보위성인 미국 '키홀' 정찰위성의 해상도는 약 10㎝로, 날씨가 좋으면 자동차 차종도 구분할 수 있을 정도다. 카메라 해상도의 물리적 한계는 2.5㎝ 정도로, 운이 좋으면 자동차 번호판 판독도 가능할 것이다. 위성의 고도는 낮을수록 좋다. 하지만 고도를 낮추면 공기 저항에 따른 궤도 수정 등으로 연료 소모가 커져서 수명이 짧고 적에게 노출될 위험성도 커진다. 구름 위에 있으니 날씨 영향을 많이 받고, 해상도를 높이려면 데이터 전송량이 커져서 통신이 어렵다.
드론은 근접 촬영이 가능하고, 수직뿐만 아니라 다양한 각도 촬영과 이동촬영 스캐닝으로 해상도 한계 극복도 가능하다. 날씨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수많은 드론의 지능적 협력 능력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때 밤하늘을 수놓았던 드론 오륜기를 기억하는가. 1218대의 드론이 인텔 '슈팅스타'로 단 한 명의 엔지니어와 단 한 대의 컴퓨터 지휘로 아름다운 군집비행 능력을 시연했다. 수천 대의 드론이 위치를 상호 교신하며 자율적 조율이 가능한 미래 무인자동차와 무인항공기 시대 핵심 기술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군집비행 능력에 더해 수만 대의 드론 카메라 부대가 촬영하는 영상들이 지능적으로 조합되어 지상 전체 상황에 대한 하나의 '절대영상'이 출현할 것임을 예언한다. 가로·세로 각 40대, 총 1600대의 다중 카메라 드론을 500m 간격의 격자로 배치해서 군집 촬영하면 서울시 전역에 걸쳐 지상의 사람과 사물을 낱낱이 실시간 3차원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 한반도 전체 재구성에 32만대면 충분하고, 원하는 곳에 바로 초점을 집중할 수도 있다. 비행 도중에 일부가 격추되거나 충전을 위해 착륙해도 상관없다. 지형지물 지식과 모든 비행 상황을 고려한 지능적 소프트웨어(SW)가 탄생시킬 단 하나의 '절대시각'인 사우론의 눈이다. 이제 지상의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다.
생물의 광센서는 약 5억년 전 캄브리아기에 출현했다. 가장 많은 종이 캄브리아기에 멸종됐다. 더듬이만 있는 생명체는 원격감지 능력이 있는 광센서 생명체의 쉬운 사냥감이 되었다. 빛의 밝기만 감지하는 '홑눈'을 몇만 개 모은 곤충의 '겹눈'은 흑백의 점들을 인상파 화가의 '점묘법'처럼 흐릿하게 그려 내도록 진화했고, 곤충은 한때 지구를 지배했다. 척추동물의 '실사영상'을 생성하는 '렌즈'가 진화하는 데는 약 3억년이 더 걸렸다. 삼원색과 양안의 입체시각 진화에도 수많은 시간이 더 걸렸고, 더 많은 고기 섭취가 필요한 더 큰 뇌가 필요했다. 드론 카메라는 '렌즈 눈'이다. 이제 '다크 타워' 위에서 수만 개의 '렌즈 홑눈'들이 촬영한 '실사영상'이 다시 곤충의 '겹눈'처럼 짜깁기된다. 새로운 '렌즈 겹눈'은 하나의 내 눈앞 영상이 아니라 전 지구를 실시간 3차원으로 재구성해 내는, 단 한 개의 '절대시각'인 사우론의 눈으로 진화할 예정이다. 수많은 멸종을 낳았던 캄브리아기처럼 전쟁 양상은 영원히 바뀔 운명에 놓였다.
김주한 서울대 의대 교수juha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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