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의료관광 사업을 추진한다. 롯데헬스케어를 필두로 정보통신(IT), 호텔, 건설 등 그룹 내 역량을 모으고 있다. 헬스케어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지목한 롯데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롭게 부상할 분야로 의료관광을 주목해 귀추가 주목된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이달 롯데헬스케어 상표를 출원하며 △의료관광업 △의료관광 예약·정보제공·컨설팅업 △의료관광 코디네이터 서비스 제공업 △의료여행 조직업 △노인복지시설 운영업 △실버타운 운영업 등을 지정상품으로 등록했다.
롯데헬스케어는 앞서 이달 1일 자로 법인을 등기하며 사업목적으로 △부동산업 및 부동산 임대업과 △O2O 서비스업을 사업목적에 명시했다. O2O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 융합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비대면 진료와 상담으로 외국인 환자를 국내로 유치하고 관광, 휴양, 의료서비스를 원스톱 제공하는 서비스를 노린 포석으로 해석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호텔이 실버타운 브랜드를 선보이는 등 관련 사업을 하고 있고, 롯데헬스케어가 가능한 사업 범위를 모두 상표로 출원한 것”이라면서 “채용 중인 롯데헬스케어 조직이 구성되면 구체적 사업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롯데가 의료관광 사업 진출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정보통신 역시 최근 헬스케어 관련 사업부서에서 의료관광 서비스 기획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IT 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이미 호텔, 건설, IT 등 O2O 의료관광 서비스를 구성할 역량이 충분해 관련 사업 진출은 시간 문제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는 의료관광 서비스를 얹을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이미 시동을 걸었다. 롯데호텔은 이달 국내 호텔업계 최초로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 브랜드 VL(브이엘)을 론칭하고, 실버타운 사업을 본격화했다. 지난해 착공한 부산에 이어 마곡, 분당, 용인 등 수도권에도 건립을 추진 중이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메리츠화재 컨소시엄에 참여, 인천청라의료복합타운 사업자에 공모하기도 했다. 최종 선정은 안 됐으나 당시 롯데건설이 참여한 컨소시엄은 △국내·외 의료 관광객 유인 △전생애주기적 의료서비스를 골자로 한 미래의료복합단지형 모델을 제안했다.
의료관광 산업은 코로나 직전까지 큰 폭으로 성장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09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139개국 6만201명이었지만 2019년에는 49만7464명까지 늘어났다. 외국인 진료비는 2019년 기준 한 해 1조원에 다다른 것으로 추정한다.
의료관광은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다시 활발해질 전망이다. 해외 입국자 자가격리가 면제되는 등 입국 제한이 완화되며 의료관광에 훈풍이 불기 시작했고,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과 한국관광공사(KTO)는 해외 세미나를 개최하며 산업 활성화에 재시동을 걸었다.
치료를 위해 단기 방문하는 외국인 환자는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않는다. 국가 재원을 투입하지 않고 병원 재정을 키울 수 있다. 민간기업은 보험이나 관광과 연계해 시너지를 내는 것이 가능하다.
업계는 롯데 의료관광 사업 진출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현재 국내 의료관광 산업은 환자유치와 병원 연결이 주력이다. 호텔 등 관련 인프라를 풍부하게 갖춘 대기업이 진출하면 신규 서비스 창출 등 산업이 커질 것이란 기대다.
의료관광 업체 한 관계자는 “시장이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국내 의료관광 업계는 유치 지역별로 강점을 가지고 있어 롯데와 협력할 수 있는 상품이나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표> 코로나19 확산 전 국내 방문 외국인환자 추이. 출처:한국보건산업진흥원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