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5단체, 이재용·신동빈 등 기업인 사면 청원

“사회 통합이 절실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과거의 잘못에 대해 깊이 반성하는 인사들에 대한 사면·복권을 통해 치유와 통합 정치를 펼쳐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다음 달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특별사면이 거론되는 가운데 경제계가 일부 기업인의 사면·복권을 청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5단체는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경제발전과 국민통합을 위한 특별사면복권 청원서'를 25일 청와대와 법무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사면청원대상자 명단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포함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경제 5단체는 사면 청원 추진 이유로 세계 경제가 대전환기를 맞는 가운데 코로나19,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가 경제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위기 상황인 점을 들었다. 또 위기 극복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역량 있는 기업인의 헌신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경제계가 투명경영·윤리경영 풍토를 정착하고 신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해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5단체는 설명했다.

전쟁, 유가 폭등, 글로벌 공급망 혼란 등 대외 여건이 급속히 악화하면서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는 물론 한국의 성장 전망도 악화하고 있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4%에서 3.6%로 대폭 하향했고, 한국 경제 성장률은 3.0%에서 2.5%로 조정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호실적에도 대외 환경 악화와 미래 전망에 대한 시장의 우려 속에 지난해 초 이후 부진한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반도체 수요 위축 우려로 주가가 큰폭 하락하며 증권사의 삼성전자 목표주가 하향세가 이어지고 있다.

악화한 거시경제 상황 외에도 근본적으로 삼성의 성장동력이 정체되고 경영진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메모리 반도체 외 주력 사업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중장기적으로 전략 부재를 우려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 이후에도 법적 이슈로 경영 일선에 전면적으로 나서지 못하자 오너의 리더십 부재를 지적하는 투자자도 다수다. 사업부 경영진이 회사 전체를 위한 장기 먹거리 발굴이나 R&D보다 단기 실적에 집중하는 위축된 경영을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뇌물공여 및 경영비리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아 집행유예 중이다. 경영 공백 불확실성은 해소됐지만,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유죄 판결을 이유로 신 회장의 롯데홀딩스 이사직 해임을 요구하는 등 경영권 분쟁 불씨로 작용해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대한상의는 사면 청원 대상자 명단은 기업으로부터 받았고, 이미 형기를 마쳤거나 형기의 대부분을 채워서 가석방 상태에 있는 기업인과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기업인을 대상으로 했다고 밝혔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특별사면·복권 조치를 통해 우리 사회가 대립과 갈등을 치유하고 더 높은 차원의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박준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