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연, 건축물 종합 화재안전 진단·평가 기술 개발...화재안전성 높인다

화재 확산 예측 실규모 화재실험 모습
화재 확산 예측 실규모 화재실험 모습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건축물 화재 사고 위험을 사전에 평가할 수 있는 '건축물 종합 화재안전 진단 및 평가 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종합 화재안전 진단 기술은 기존 개별 수행되던 피난위험 평가, 화재확산 위험평가, 고온 구조물 성능저하 위험평가 등을 종합 진단해 화재안전 등급 결과를 도출한다.

이 기술로 기존, 신규 건축물 대상 화재 위험요소를 보다 쉽고 종합적으로 사전 확인할 수 있다. 건축물 화재안전 성능을 향상 시킬 수 있다.

소방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1년 건축, 구조물에서 발생된 화재는 전체 화재 발생 건수의 약 66.2%이다. 2021년 한 해 동안 건축, 구조물에서 총 2만3997건 화재가 발생했으며, 해당 화재로 인한 사상자는 1829명이었다. 이와 같은 피해 규모는 최근 10년 동안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어, 건축물 화재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존 화재안전 평가 방식은 화재 확산 및 피난안전에 대해 개별적으로만 평가가 가능했다. 또 기술사 또는 박사급 이상 수준 전문가만 긴 시간을 들여 분석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국내에서는 대형 건축물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화재안전 평가가 수행됐다. 시간과 비용적인 한계로 인해 30층 미만의 건축물에 대해서는 화재안전과 관련된 진단 평가 방법이 전무한 상황이다.

이에 화재안전연구소 연구팀(팀장 권오상 연구원)은 기존 건축물의 특성(용도, 규모, 위치, 평면계획 등)을 고려해 화재 확산, 피난안전, 구조 안전성을 사전에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개발된 종합 화재안전 진단 기술은 개별 단위 항목으로만 수행되던 화재 진단기술에서 벗어나, '퍼지이론'을 적용해 종합 진단결과를 빠르고 쉽게 도출할 수 있도록 했다. 퍼지이론은 발생 가능한 과정을 수학적으로 평가하는 이론이다.

화재안전연구소는 서울에 위치한 A 아파트의 복도식과 계단식 구조의 두 개동을 대상으로 종합 화재안전 진단기술을 적용해 실증 평가를 진행했다. 구조가 다른 두 개동에서 동일하게 거실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를 시뮬레이션했다. 복도식과 계단식 구조에 따른 구조안전성에는 큰 차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연기 확산 등의 위험으로 인한 피난안전성에는 큰 차이를 보였다.

복도식 구조의 경우 현관문에서 배출된 연기 및 유독가스가 복도에서 바로 외부로 배출돼 내부 피난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계단식 구조는 현관문에서 배출된 연기가 전실 및 계단실에 체류하거나 상부로 확산되는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위험이 반영돼 종합평가 결과는 복도식 구조 동은 총 5단계(A~E) 중에서 A 등급으로, 계단식 구조 동은 B 등급으로 평가됐다.

도출 결과는 단순한 결과 값이 아니라 화재위험 취약 요인을 사전에 선별 및 이를 제거하고, 보완하는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A 아파트의 계단식 구조 동처럼 화재 사고 시 연기에 의한 위험이 노출된 건축물에 대해서는 연기의 확산을 억제하거나 외부로 배출되는 설비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또 화재피난에 용이한 복도식 구조에 대해 거주환경 등 이유로 무분별하게 복도 창호를 설치한다면, 화재안전에 취약해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복도에 창호를 설치해야 하는 경우에는 화재안전을 위해 대안적 설비를 추가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종합 화재안전 진단 기술을 활용하면, 적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 보다 쉽게 화재안전에 취약한 30층 미만의 건축물들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 진단 결과에 따라 화재안전 취약 건축물에 대안적 피난 설비 및 기구들을 설치해 사고를 예방하고, 사고 시에도 안전 대피를 유도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김병석 건설연 원장은 “종합 화재안전 진단 기술은 지자체 등 공공의 차원에서 화재 위험을 사전에 제거하여 건축물의 화재안전을 강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으로 건설연 주요사업 '건축물의 화재취약 특성을 반영한 화재위험 평가기술 개발(2019~2021)' 과제를 통해 개발됐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