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ESG경영과 아나바다 운동

[기고]ESG경영과 아나바다 운동

신정부 출범이 다음 달로 다가왔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새로운 정책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 정책 중에는 요즘 기업 경영자 모두가 관심을 갖고 추진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여러모로 영향을 미칠 과제가 있으리라 예상된다. 과거 사례로는 2008년 국가 비전으로 선포된 녹색성장정책을 들 수 있다. ESG 경영과의 공통점으로는 환경(Green)과 성장(Growth) 2개 가치를 모두 추구한 점이다. 환경친화적 경제성장을 지향해 에너지·환경 관련 기술, 산업에서 미래 유망 품목과 신기술을 발굴하고 기존 산업과 상호 융합하려는 정책이었다.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중단돼 아쉬움을 남긴 녹색성장정책에서 10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요즘도 가끔 거론되는 아나바다 운동이 있었다. 1997년 IMF 구제금융 사태 이듬해에 지자체와 국민이 합심해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자 벌인 운동이었다. 아나바다는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를 줄인 말이다. IMF로 나라가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는 데 기여한 성공적 캠페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ESG 경영도 아나바다 운동의 실천강령에서 배울 점이 많다.

대부분의 회사 책상 위나 창고에는 남아돌거나 고장 난 컴퓨터나 노트북이 허다하다. IT 자산관리를 잘하는 회사도 그 가운데 5%, 평균 10%는 유휴자산이나 고장으로 방치된다. 외관은 멀쩡해 보여도 성능이 낙후되어 쓸 수 없거나 짧은 기간만 사용하고 나서 방치되는 기기도 있다.

이런 기업이 아나바다 운동을 한다면 별도로 거창한 캠페인을 준비할 필요가 없다. 바로 렌털 회사를 활용하면 된다. 렌털은 필요한 시점에 렌털 회사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는 장비나 소프트웨어를 필요한 기간만큼 이용하고 반납해서 재활용할 수 있게 해 준다. 불필요한 투자와 불용자산을 없애고 자원 낭비를 막아 주는 셈이다.

렌털은 공유경제의 원조로, 기기를 잘 관리해서 자산을 수명이 다할 때까지 알뜰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해 준다. 기기 가동률 제고와 충분한 재활용을 통해 기술 진보 사이클을 따라가지 못해서 멀쩡한 자산을 아깝게 버리는 일도 없다. 장단기 렌털로 제공될 수 있는 품목도 사무정보기기, 건설기기, 계측 실험기기 분야를 넘어 소프트웨어, 오피스공간 및 인테리어, 디스플레이, 로봇 등 무궁무진하다. 세계시장을 무대로 하는 K-스트리밍 콘텐츠 창작을 위한 디지털 장비, 스튜디오 일체를 제공하기도 한다.

형편이 어려운 기업이 렌털을 쓴다고 오해할 수도 있지만 사정은 전혀 다르다. 만일 그렇다면 렌털 회사의 도산은 부지기수였을 텐데 오히려 번창하고 있다. 원래부터 렌털은 자산 구매, 관리 비용 절감의 이점을 기본적으로 제공한다.

유망 중소기업에는 대기업 못지않은 관리 시스템을 제공하고 초기 구매비용 부담을 줄여 창업이나 사업 확장을 용이하게 해 준다. 대기업에는 간접부문을 감소시키고 스피드한 경영을 가능하게 해 준다. 분초를 다투는 기업 경영에서 유능한 인재를 구하기도 바쁜데 IT 기기 구매 및 관리에 소중한 자금과 시간을 낭비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여기에 환경보호 역할을 중시하는 ESG 경영이 새삼 렌털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해 주는 셈이다. KT경영연구소의 추정에 따르면 국내 렌털 시장 규모는 2021년 40조원을 돌파했다. 이 가운데 개인 렌털을 제외한 기업 렌털 시장은 약 30조원이다. 렌털 고객의 시작은 기업이었으나 근래 들어 개인 시장 성장률이 앞서고 있다. 여러 사람이나 부서가 의사결정에 개입하는 기업 렌털에 비하여 의사결정이 신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ESG 경영 확산에 힘입어 기업 렌털 성장성도 다시 제고되리라 기대된다.

렌털은 ESG 경영의 실천하는 방법이다. 기업 경영에서 아나바다 운동을 일상화해서 구매에 따른 자금 부담이나 자산관리의 부담을 덜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 진보화에 따른 헐값의 중고 처분 걱정도 덜 수 있다. 렌털에서 생기는 성과와 여력을 다른 ESG 경영에 힘쓰는 선순환을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다.

범진규 한국렌탈 대표 jkw00003@dreamsecurit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