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유통칼럼]따상에 대한 환상

'유니콘특례 상장 1호'로 지난 3월 말 코스닥시장에 상장될 것으로 알려져 있던 보로노이(Voronoi)가 상장을 철회했다. 공모가 확정을 위해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상장 요건에 부합하는 기업가치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1년에 도입된 유니콘 특례상장제도(시장평가 우수기업 특례)는 시가총액이 5000억원 이상이 돼야만 적자 기업이라도 상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편 코스피시장은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면 적자 여부와 상관없이 상장할 수 있다.

지난해 증권가를 뜨겁게 달군 IPO 열풍은 올해 들어와 급속도로 수그러들었다. '따상'은커녕 흥행 부진에 따른 상장 철회는 물론 기업 대부분이 희망하는 공모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공모주가 따상을 하지 못하면 실패한 투자처럼 여겨졌지만 올해에는 상장을 예고했다가 철회한 기업도 벌써 7개사나 된다.

따상이란 신규로 상장된 종목이 첫 거래일에 공모가 대비 두 배의 시초가가 형성된 뒤 가격제한폭인 30%까지 상승해서 마감하는 것을 뜻하는 주식시장 은어다.

우리나라에서 공모가는 IPO 기업과 주관사가 협의해 적절한 기업가치를 산정한 후 거기에서 일정 수준을 할인(많게는 40%까지)해 결정한다. 다시 말해 기업가치가 1조원으로 예상된다면 40%의 할인율을 적용해 6000억원의 기업가치로 공모가를 책정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식시장에서 최초 거래는 공모가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고, 시초가라 해서 주식시장이 개장하기 전에 받은 매수 주문과 매도 주문을 접수해서 공모가의 90~200%로 결정된다. 50~200%가 아닌 90~200%로 정한 것은 일종의 투자자 보호 장치라 볼 수 있다.

시초가로 거래가 시작되면 다른 종목들과 마찬가지로 30%의 주가 제한폭이 적용된다. 일반적인 기업은 전일 종가를 기준으로 가격제한폭이 적용되는데 신규상장기업은 전일 종가가 없으니 시초가를 기준으로 한다.

요약하면 예를 들어 공모가가 1만원인 경우 시초가는 9000~2만원에서 결정되며,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최고의 시나리오는 시초가가 2만원이고 시초가에서 30% 오른 26000원이 되는, 이른바 따상으로 단 하루에 160%의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반면 최악의 경우는 시초가가 9000원으로 결정되고 -30%의 하한가로 주가가 6300원이 되어 수익률이 -37%가 되는 것이다.

지난 2017년 1월부터 2021년 12월 말까지 5년 동안 상장한 종목 395개 가운데(SPAC 제외) 상장 첫날 '따상'에 성공한 기업은 34개사뿐이다. 확률로 따지면 8.8%에 불과하다. 연도별로는 2017년 2개사, 2018년 4개사, 2019년 3개사, 2020년 10개사, 2021년에는 15개사가 따상을 기록했다.

그러나 '대어급' 공모주 따상은 손에 꼽는다. 34개 기업을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으로 살펴보면 커뮤니케이션 플랫폼기업인 디어유가 시가총액 1조원을 넘기며 따상을 기록했지만 1000억원 미만 기업이 18개사, 1000억~3000억원 미만 기업이 13개사다. 대부분 몸집 작은 중소형 기업이었다. 이와 달리 시가총액이 1조원이 넘는 기업은 3개사(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가 전부였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 세 번이 연달아 이어지며 초보 투자자에게 대형 공모주는 따상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었다.

유망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는 '개인투자조합'이 지난해 급증했다. '상장 대박'을 좇는 '영끌 투자'(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빚투'(빚을 내어 투자) 열기가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올해 초 주류회사가 아닌 증권회사가 '따상주'라는 이름을 붙인 맥주를 출시하기도 했다.

따상이든 따상상이든 주가 변동이 급격할수록 공모가의 존재 이유는 무색해진다. 머리를 싸매고 적정 공모가 산정을 위해 모든 논리를 동원해서 산출한 숫자가 공모가이다. 그런데 '따상' 한 방이면 단 하루 만에 회사 가치가 수천억, 수조원이 왔다 갔다 한다. 투자자들은 환호하겠지만 엄밀히 따지면 공모가를 잘못 설정했음을 증명한 꼴이다. 따상 가격에 올라탄 투자자들은 손실 볼 가능성이 매우 크고, 회사로서는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할 기회를 놓친 것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따상을 했다는 것은 성공이 아니라 오히려 실패한 상장이다.

상장 이후 일정 기간 주가가 공모가격과 큰 차이가 나지 않고 지속 성장을 통해 장기적으로 따상, 따상상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성공적인 IPO라 할 수 있다.

현재 시장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예상 시가총액이 수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플랫폼 기업으로 쏘카, 원스토어, 컬리, 비바리퍼블리카, 무신사 등이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은 변화무쌍하지만 글로벌 공룡기업들과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하는 플랫폼 기업들은 언제나 자금에 목마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주도할 플랫폼 기업들이 이제 본격적인 상장을 통해 제2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주식시장에 대한 그릇된 환상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기업들의 날개를 꺾지 않기를 기대한다.

[플랫폼유통칼럼]따상에 대한 환상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hsryou6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