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폰 장사를 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은행이 알뜰폰 사업해서 무슨 시너지가 있는 건지….”
KB국민은행이 알뜰폰 시장 진출을 선언한 2019년 당시 금융권에서는 이런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은행 영업점이 휴대폰 판매 창구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컸다. 무엇보다 금융 서비스와 알뜰폰 사업 간 시너지에 대한 의문이 컸다.
2년 후인 지금 금융권 시각은 달라졌다.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시대가 열렸고 플랫폼 금융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양질의 비금융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미래 생존경쟁 핵심이 됐다. 이제는 은행이 배달앱 시장에 뛰어들고(신한은행 '땡겨요'), 앱에서 꽃배달과 택배를 주문하고(우리은행) 우리 농산물을 판매하는(NH농협은행) 등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금융권에서 가장 먼저 금융과 비금융 데이터 간 시너지 확보에 도전했다. 이통 3사와 제휴해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는 차원을 넘어 직접 사용자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알뜰폰 시장에 진입했다. 아직 이통3사의 알뜰폰 자회사들을 위협할 만큼 고객수는 많지 않다. 반면 브랜드 선호도 측면에서 상당히 우호적 환경이 조성됐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고객 동의 아래 이통사에서 제공받는 데이터를 활용하는데 일정 부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직접 알뜰폰 사업을 하는 국민은행은 다양한 시도를 해볼 여지가 있다”고 봤다.
국민은행은 이미 통신 서비스에 금융을 융합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기존 보유한 KB모바일인증서를 리브엠에 적용해 서비스 가입·개통 편의성을 높였다. 통화 중 금융거래를 제한하는 보이스피싱 예방 서비스도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 중 처음으로 멤버십을 구축하고 적금금리우대 쿠폰을 제공하거나 금융상품 패키지 상품을 기획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다. 또 24시간 365일 언제든 편리하게 개통할 수 있도록 비대면 전용 프로세스도 마련해 고객 접근성을 높였다.
국민은행은 본인확인기관 지정에 통과하면 알뜰폰 시장 중심으로 사용자 본인확인 절차를 투명화할 수 있는 대외 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다. 본인확인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잘못된 휴대폰 기반 본인확인이 이뤄져 범죄가 발생하는 문제를 차단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국민은행이 알뜰폰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추후 어떤 초개인화 서비스를 선보일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통신 데이터는 금융 데이터 다음으로 가장 신뢰성과 활용도가 높은 데이터로 꼽힌다. 아직 소규모지만 직접 고객 통신 데이터를 생성하는 유일한 금융권 사업자인데다 주로 MZ세대 고객이 많아 데이터 활용에 대한 관심이 크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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