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이후 3억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탄생한 은하가 관측됐다. 우주 생성 이후 첫 번째 은하일 수도 있는 'HD1' 은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 국제연구팀은 최근 HD1 은하 발견 소식을 발표했다. HD1에서 나온 빛이 지구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보면 HD1의 빛은 지금으로부터 135억년 전 빛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지구로부터 135억 광년 거리만큼 멀리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까지 관측된 은하 중 가장 멀리서 발견된 은하로 등극을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는 가장 먼 은하 관측 기록은 허블 우주망원경이 관측 한계에서 발견했던 134억 광년 떨어진 'GN-z11'이다.
지난 2016년 허블 우주망원경이 큰곰자리 방향 하늘에서 발견한 GN-z11은 초기 우주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은하라는 점에서 상당한 관심을 모았다. 은하 속 별 질량을 다 합쳐도 우리 은하 질량에 1%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작지만, 별이 새롭게 탄생하는 정도가 우리 은하 대비 20배 이상 빠르다. 이처럼 폭발적인 출성률(SFR·Star formation rate)을 보이는 별들을 모아 '스타버스트(Starburst) 은하'라고 부른다.
이보다 멀리 떨어진 HD1은 아직 관측을 통해 얻은 정보가 제한적이고 물리적 속성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연구팀은 HD1 은하 역시 이러한 폭발적 출성률을 보이는 별 탄생 은하로 추측하고 있다.
다만 폭발적으로 별이 탄생하는 은하들과 그 수치를 비교했을 때 HD1은 최소 10배 이상 높은 수치를 보유, 지나치게 밝은 밝기를 나타내고 있어 새로운 가설이 세워지고 있다.
첫 번째 가설은 HD1에서 탄생한 별이 '우주 태초의 별'이라는 것이다. 천문학계는 별 종류를 젊은 별인 종족Ⅰ과 나이 든 별인 종족Ⅱ로 분류한다.
여기에 지금까지 관측된 적이 없는,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는 우주 태초의 별인 종족Ⅲ 별이 있다. 종족Ⅲ별은 수소와 헬륨으로만 이뤄져 현재 별보다 훨씬 무겁고 밝으며 뜨거울 것으로 예측된다. 이 같은 점을 근거로 HD1이 가진 극도로 밝은 빛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또 하나는 HD1이 초거대 질량 블랙홀을 품고 있다는 가설이다.
블랙홀을 둘러싸고 있는 물질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면 중력에너지가 빛에너지로 전환돼 굉장히 밝은 빛을 내는데 HD1이 바로 그런 형태라는 것이다. HD1이 중심에 품고 있는 블랙홀을 원동력으로 엄청난 빛을 낸다는 가정 아래에 빅뱅 이후 초창기 우주에서 이러한 초거대 질량 블랙홀이 존재할 수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열쇠가 될 수 있다.
결국 HD1은 그 존재 확인을 통해 태초의 별 또는 우주 태초 초거대 질량 블랙홀 발견이라는 천문학계 새로운 기록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HD1 연대인 135억년 전은 극 초기 우주 비밀을 푸는 데에 빛을 비춰줄 중요 단서가 될 수 있다.
HD1은 올해 여름부터 본격적인 관측이 시작된다. 지난해 12월 우주로 향한 뒤 임무에 착수한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으로 관측이 이뤄진다. 그동안 미지의 영역으로 인류가 그린 우주 지도에서 암흑으로 남아있던 우주 끝자락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이뤄지면서 인류는 새로운 우주 지도를 그릴 준비를 하고 있다.
이인희기자 leei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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