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경유 생산량 상향 검토

[사진= 전자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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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유업계가 경유 생산량 상향 조정을 검토한다. 세계적으로 경유 재고가 부족해진데다 가격은 뛰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공정상 경유 생산량을 큰 폭 늘릴 수는 없어 효과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은 경유 생산량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휘발유 생산량을 다소 줄이는 대신 경유 생산량을 높이는 방안이다.

다만 유종별로 수율을 조정할 수 있는 폭은 크지 않다. 공정 문제가 있는데다 애초 공급키로 한 휘발유 물량 등이 있기 때문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경유 생산량을 미세 조정할 수는 있겠지만, 40% 생산하던 것을 70%까지 확 늘릴 수는 없다”면서 “특히 수출이나 내수용으로 기존에 계약한 휘발유 물량도 공급해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정유사들이 경유 생산량을 높일 수 있는 비중을 전체 생산량 대비 최대 1% 수준으로 예상한다.

그럼에도 정유사들이 경유 생산량 상향을 검토하는 것은 최근 들어 글로벌 재고는 줄고, 가격은 급등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경우 경유 재고는 14년래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4월 셋째주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거래된 경유 가격은 배럴당 155.51달러로, 휘발유(옥탄가 92) 127.94달러 대비 더욱 높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 경유 공급이 줄어든 반면 수요는 견조하기 때문이다. 국내 일부 지역에선 유류세 인하폭이 커진 데 따라 경유 가격이 휘발유를 역전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유럽 전역에서 에너지 수급 문제가 발생하면서 발전소 연료인 경유 수요가 폭발했다”면서 “지난해 말까지 가격이 꾸준히 뛰더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큰 폭 늘었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실적과 직결되는 정제마진이 큰 폭 개선됐다. 지난달 넷째주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18.67달러로 전주 18.15달러 대비 소폭 늘었고 올해 초 5.9달러 대비 3배 넘게 뛰었다. 작년 동기 2.8달러 대비로는 6배 높고 통계가 시작된 2000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통상 정유업계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