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전기차 충전요금이 불과 3~4년전 ㎾h당 80~100원에서 최근엔 300원 가까이 올랐다. 전기차 완전 충전까지 만원도 안 들었지만 지금은 3만원 수준까지 부담이 커졌다.
충전요금이 오른 건 한국전력이 한시적으로 할인했던 특례요금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정부의 충전기 보조금이 줄면서 충전기를 설치하는 비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올해도 한전의 단계적 특례요금 폐지 절차에 따라 충전용 전기요금은 한 차례 더 오를 예정이다. 최근 세계적인 원재료 가격 상승 등 앞으로 충전요금 인상 요인은 많지만 내릴 가능성은 없다. 요금이 오르면 전기차 민간 보급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점차 늘어나는 충전요금 부담을 최소화할 방법이 있다. 정부가 전기차 충전기 보급사업을 폐지하면 간단하다. 정부의 보급사업은 환경부가 정한 33개 사업자가 참여한다. 보급 정책에 따라 공동주택 전기차 이용자는 이들 사업자를 통해서만 충전기를 보급받는 구조다.
이런 구조를 깨고, 소비자가 직접 충전기를 구매해 설치한다면 충전요금은 가정용 전기요금 수준까지 줄일 수 있다. 충전사업자가 소비자와 전력판매사업자인 한국전력 간 중간에 있기 때문에, 요금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충전사업자가 제공하는 특별한 서비스가 있는 것도 아니다. 충전기 설치 후 고장이 나면, 신고하고 고쳐주는 것이 전부다. 소비자가 직접 충전기 제조사에 전화하면 해결할 수 있는 일을 굳이 사업자를 거친다. 보조금 혜택도 소비자가 아닌 충전사업자만 누린다.
아파트 입주민단체 등 소비자가 직접 충전기를 선택해 설치공사까지 한다면 비싼 충전요금을 쓸 일이 없다. 정부의 예산을 여기에 들어가는 충전기나 공사비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국가 보조금을 선점하기 위한 사업자들의 '꼼수'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충전사업자들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충전부지를 확보하는데 혈안이다. 이를 위해 영업비용을 과거 20만원 수준에서 올해는 60만원까지 올렸다. 이 역시도 요금 인상 요인이 된다.
일부 사업자는 영업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충전요금을 ㎾h당 130원까지 내리기도 했다. 운영 마진을 고려해 200원 후반대 요금을 책정한 다수 사업자의 요금에 절반도 안 된다. 영업비 대신 저렴한 요금을 앞세워 충전부지를 확보한다. 문제는 이런 저렴한 요금은 그저 영업을 위한 일시적인 '꼼수'라는 것이다. 1년 정도 저렴한 요금을 적용하고, 이후에는 정상 요금을 부과한다.
충전사업자들이 과도한 영업비와 원가 수준의 충전요금을 내세우며 무리하게 충전부지 확보에 집착하는 건 이유가 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한번 설치한 충전기를 쉽게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이후 얼마든지 요금을 올려도 꾸준하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서다. 여기에 투자 유치를 위한 충전기 운영 숫자가 기업의 가치를 책정하는데 핵심이 되면서다.
세계적으로 공동시설의 충전기 설치를 의무화하거나 충전기 설치에 따른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건 있지만 사업자를 지정해 충전기와 설치공사비 대부분을 지원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충전기 보조금 사업은 폐지돼야 한다. 지나치게 거품이 낀 충전시장을 바로 잡아야 한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