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지속가능개발·디지털전환 통합전략 시급

앨빈 잉 존슨콘트롤즈 아태지역 디지털솔루션부문 부사장
앨빈 잉 존슨콘트롤즈 아태지역 디지털솔루션부문 부사장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기업이 지속가능개발과 디지털전환을 주요 안건으로 설정, 활발한 논의를 펼쳐 왔다. 대부분 지속가능개발과 디지털전환을 2개의 개별 과제로 구분해서 무엇을 선행하고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할지를 고민한다. 그러나 이는 올바른 접근 방식이라 보기 어렵다. 지금은 두 과제 사이의 시급성을 따지는 게 아니라 그 둘을 어떻게 통합할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지속가능개발과 디지털전환을 분리해서 따로 논의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두 안건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긴밀히 연관된다. 탄소 배출 감소와 같은 지속가능개발 전략을 추진할 때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면 좀 더 지능적이고 투명하며 효율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몇몇 기업은 둘 사이 연결고리를 발견하지 못하고 지속가능개발과 디지털전환 전략을 따로 추진하고 있다. 두 전략의 시너지 효과를 누리고 나아가 더 큰 기회로 발전시키고 싶은 기업이라면 두 전략 사이의 단절을 해결하고 통합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 두 갈래 길을 하나로 합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고 버겁게 느껴질 수 있다. 제대로 된 통합 전략을 실행하려면 먼저 나아가려는 방향에서 스스로가 어느 지점에 있는지, 어떤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를 정의 내려야 한다. 현위치는 현존하는 프로세스, 시스템, 데이터 포인트를 제대로 평가하는 모델을 통해 구체화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탄소중립,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급 상향 조정, 안전보건 강화 등 현실적인 목표로 나아갈 수 있다. 지속가능개발 목표를 세운 후 맞춤형 디지털전환을 통해 목표를 하나의 통합 전략으로 묶을 수 있다.

빌딩과 건축을 살펴보자. 세계 에너지 소비량 가운데 약 40%,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 약 3분의 1이 빌딩과 건축에서 발생한다. 이러한 분야에 지속가능개발디지털전환 통합 전략을 실행하면 특히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오늘날 건물에는 공간과 건물 자산에 걸쳐 여러 업체로부터 도입한 다양한 시스템이 서로 연결되지 않은 채 존재하는데 그 시스템들은 매일 매시간 기하급수적으로 데이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여러 지속가능개발 지표를 디지털 기술로 통합해 하나의 소프트웨어(SW) 플랫폼으로 모니터링하면 다양한 요소를 간편하게 동시에 파악하고 제어할 수 있어 에너지 관리 능률과 효과가 높아진다.

예를 들어 최첨단 분석 기술을 통해 추가적인 에너지 절약과 배출량 감소를 꾀할 수 있는 기회를 파악할 수도 있고, 향상된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빌딩 에너지 소비 가운데 최대 70%를 차지하는 대규모 냉난방공조(HVAC) 시스템의 예기치 않은 유지·보수를 방지하고 가동 시간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다. 또 건물의 물리적 구조와 운영 프로세스를 그대로 디지털에 구현한 디지털 트윈을 활용하면 이러한 시스템은 더욱 향상시킬 수 있다. 건물 설계, 건설, 운영, 개조, 수명 종료까지 건물 수명 주기의 모든 단계에 걸친 에너지·물·자재·배출물에 대한 데이터 역시 SW로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다. 이는 기업이 보유한 자산 포트폴리오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추가적인 개·보수로 인한 결과를 예측하도록 돕는다. 이와 같이 디지털전환은 기업이 지속가능개발에 대한 경쟁에서 앞서 갈 수 있게 하는 좋은 도구다.

지속가능개발 이니셔티브가 추구하는 탈탄소화, 순환경제, 건강 및 안전 증대와 디지털전환 전략이 지향하는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 예측 가능성 향상이 표면적으로는 달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전략은 효율성이라는 공통 분모를 공유한다. 실제로 여러 기업이 탈탄소화와 생산성 유지를 동시에 실현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전기 사용 효율화를 실천하는 추세다. 이는 실리적인 이익도 안긴다. 최근 몇 년간 기업이 실행한 디지털전환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대부분 운영 비용을 낮추는데 초점을 두고 있는데 전력 소비 최소화 목표는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개발 목표를 실현하고 디지털전환으로 기업을 이끌어 준다.

이와 같이 지속가능개발과 디지털전환 전략이 의도하는 목적 자체가 다르더라도 수단과 실제 결과가 한 곳을 향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리고 두 전략 모두 실시간 데이터에서 효율성과 통찰력을 생성하기 위한 최첨단 디지털 플랫폼을 필요로 한다. 지속가능개발과 디지털전환을 통합하면 오히려 거버넌스를 단순화하고 두 과제가 목표하는 바를 모두 달성할 수 있다. 이를 기억하고 단일 통합전략을 수립하는 기업이라면 진행 상황을 효율적으로 추적하고 저탄소 경제로 나아가는 여정에 더 야심 찬 목표로 향해 갈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오늘날 지속가능개발을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통해 내일의 기후 재앙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앨빈 잉 존슨콘트롤즈 아태지역 디지털솔루션부문 부사장 jckorea@jc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