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발효하면 국내 시험인증기관과 해외 기관 사이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과 국내 시험인증기관들은 CPTPP 발효 이후 대응전략 마련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국내 시험인증기관도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일 국표원과 시험인증업계에 따르면 CPTPP 가입 이후 시장 개방을 염두에 두고 대응을 연구하는 단계로 나타났다. 국표원은 시장 개방에 대응해 제도 변화와 국내 시험인증기관 대응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CPTPP 가입국가 간 사례를 검토해 개방된 시험인증시장이 미칠 영향을 고려하는 대응 방안을 마련하려고 한다.
CPTPP가 발효하면 국내외 가입국 시장에서 국내 시험인증기관과 해외 기관 간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무역기술장벽이 사라지면 외국 기관이 자국 적합성 평가제도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시험인증시장을 개방하고 시험인증 거소요건을 금지하는 것이 CPTPP 기본 합의사항이 때문이다.
국표원 관계자는 시장 개방으로 제품별로도 경쟁력이 있는 분야와 없는 분야가 복합 작용해 국내 시험인증기관 유불리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시장이 개방되면 국내 시장보다 해외 시장에서 시험인증기관 경쟁력 확보가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봤다.
국내 시험인증기관은 산업정책 기조가 정해지면 구체적인 대응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장 상황과 제도 변화에 맞춰 방향을 찾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현재 해외에 직접 진출하거나 해외 시험인증업계와 상호인정하는 협약을 맺고 있지만 주로 중국이나 동남아에 진출해 국내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다. CPTPP 가입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으로 적극 진출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과제다.
국표원과 국내 시험인증업계는 이미 스위스 SGS나 독일 TUV 등 글로벌 기업이 들어와 경쟁하고 있어 국내시장 경쟁 수준 변화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CPTPP가 시작돼 해외 시장이 개방되면 국내 시험인증기관으로서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전문가는 국내기관도 해외 시험인증 시장에 진출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술규제 완화 노력이 진행되고 있어 국제 수준에 맞게 선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장용준 경희대 무역학과 교수는 “국내기관도 이제 무역기술장벽이 사라지면 시장 보호하려는 인식에서 벗어나 우리가 개방 입장에서 비관세장벽을 중심으로 상호인정협정(MRA)를 적극 활용해 국제 수준 기술규제나 표준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 개방으로 시험인증시장에서 국경이 사라지는 것을 대비해 기술규제를 적극 국제표준화해 국내 시험인증기관이 해외 시장에 적극 진출할 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15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CPTPP 공식 추진을 의결했다. 현재 국내 절차에 따라 국회 보고를 기다리고 있다. 정식 발효까지는 남은 절차가 많아 최소 1년에서 2년까지도 소요될 전망이다.
김영호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