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책은행 수장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한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2일 “산업은행은 은행인 동시에 정책기관”이라며 “정부와 정책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이 회장직을 수행하고, 정부와 함께 평가받는 게 순리기 때문에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사임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약 4년 8개월 간의 재임 기간 소회를 말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자리는 이 회장이 지난주 금융위원회에 사임 의사를 표명한 뒤 간담회를 자청하면서 마련됐다. 산은 회장은 금융위원장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대표적인 친문 인사인 이 회장은 2017년 9월 선임돼 2020년 연임했다. 당초 임기는 내년 9월까지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공공기관장 인선을 검토하면서 퇴임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 회장은 지난 문재인 정부 5년 간의 산업은행 역할과 성과에 대해 자평했다. 그는 “평가가 아니고 팩트만 말씀드린다”며 “금호타이어, 한국GM, 대우건설, HMM, 동부제철 등 11개 기업 구조조정이 완료됐다”고 했다. 또 1개 중소조선사 매각이 추진 중이라는 보고를 받았다며 전 정부들에 비해 구조조정 성과가 컸음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쌍용자동차, KDB생명 등 3개 기업 구조조정이 완료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다만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합병 무산은 유럽연합(EU)의 자국 이기주의로 인한 것이고, 쌍용자동차는 회생법원에서 회생절차를 밟고 있어 산은 주도 아래 구조조정을 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했다. KDB생명은 매각 대상 대주주가 부적격해 무산된 건으로 다음 회장이 잘 해결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정치권 일부에서 주장하는 산은 개편안 등에 대해 불편한 심기도 드러냈다. 이 회장은 “산은에 대해 전혀 모르면서 맹목적인 비방이 나타나고 있다”며 “지난 5년간 산은이 한 일이 없다는 둥, 3개로 쪼개야 한다는 둥 도를 넘는 무책임한 비방은 산은 조직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공약인 산은 본점 부산 이전에 대해선 다시 한 번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선 전인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도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내비쳤었다.
이 회장은 “부산 이전은 잘못”이라며 “충분한 토론과 공론화 절차 없이 이뤄지고 있는 것에 대해 심히 우려스럽다”고 했다. 또 “잘못된 결정은 불가역적인 결과와 치유할 수 없는 폐해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지역 균형 발전 취지에 동의하지만 지역 균형 발전은 국가 전체 발전을 위하고, 지속가능해야 한다”며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법은 퍼주기”라고 말했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