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활용할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는 실리콘 음극 안정성을 크게 개선해 배터리 수명을 기존 보다 약 7배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전기차 주행거리를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김기선)은 김형진 에너지융합대학원 교수팀이 우중제·김지훈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박사팀과 공동으로 그래핀 산화물과 금속 산화물을 실리콘 음극에 적용해 안정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는 후공정 기술을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실리콘 음극은 단위 무게당 이론용량이 최대 4200mAh/g에 달해 기존 흑연 상용 음극 대비 10배가 넘는 이론용량을 갖는 차세대 음극이다.
현재 전기차 주행거리 향상을 위해 리튬 배터리 음극재로 흑연을 사용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실리콘 음극은 기존의 흑연 음극보다 동일한 부피에서 최대 10배 더 많은 전기를 저장하는 등 고에너지 밀도 배터리 개발을 실현할 차세대 음극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배터리 충전 시 실리콘 음극은 약 4배 가량 팽창하는 단점을 갖고 있다. 팽창한 음극이 방전 시 다시 수축하긴 하지만 이전과 같은 형태로 돌아오진 않는다. 이는 배터리의 안정성에 위협이 되고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만 안정성 확보가 가능해 상용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연구팀은 실리콘 불안정성을 해결하고자 열처리를 통해 다공성 특징을 띠게 한 실리콘 음극 상에 그래핀 산화물을 용액 공정으로 도포하고 진공 증착법을 통해 금속 산화물 박막을 코팅했다. 그래핀 산화물은 충·방전 과정 중에서 실리콘 입자와 응집하면서 전자 전도를 향상시키는 다리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실리콘 입자 부피 팽창을 억제하는 완충제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여기에 전해질과의 부반응과 전극의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안정한 특성의 금속 산화물 박막을 전극에 증착해 높은 안정성을 확보했다.
이러한 후공정을 통해 연구팀이 개발한 실리콘 전극은 기존 실리콘 전극 수명의 7배에 해당하는 150회 충·방전 시험에 성공했다. 1시간내 충전을 위해 고전류를 이용하는 충·방전 속도 평가에서 기존 실리콘 전극이 고전류 환경에서 정상 작동하지 않지만 새로 개발한 실리콘 전극은 원래 용량의 85%를 충전할 수 있었다.
김형진 교수는 “그래핀 산화물이 충·방전 과정에서 실리콘 입자와 전기화학적 응집을 통해 실리콘-탄소 복합체를 자연적으로 형성해 실리콘의 안정성 개선에 기여하는 현상을 처음으로 규명했다”면서 “후공정을 통해 부피 팽창에 취약한 음극 안정성을 개선하는 선례를 제시했으며 향후 고에너지 밀도 음극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새로운 공정의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GIST(지스트)내 연구조직인 '지스트 연구원(GRI)' 및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사업 지원으로 이뤄졌으며 연구 결과는 에너지 및 연료 분야 상위권(7%)의 국제 저명 학술지인 '재료화학 저널(Journal of Materials Chemistry) A' 최신호 온라인에 게재됐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