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연 원장 "남북 경협 위해 ICT특구 필요"

김병연 원장 "남북 경협 위해 ICT특구 필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북한 비핵화와 더불어 남북 경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4차 산업혁명 실험을 할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특구 정책과 북한 주민의 인적자본 개발을 지원하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병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은 3일 서울 삼정호텔에서 동북아공동체ICT포럼이 주최한 제76회 조찬간담회에서 '대북정책의 설계'를 주제로 이같이 발표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2021년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통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전체 응답자 절반에 못 미치는 44.6%를 기록, 2007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젊은 세대가 통일 편익과 비용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김 원장은 “통일은 점진적 통일과 급진적 통일로 두 가지가 있으며, 통일 방법에 따라 통일 편익과 비용은 크게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점진적 통일은 경협, 경제통합, 통일 순서로 단계적으로 가는 방안이다.

김 원장은 점진적 통일 필요성에 대해 “북한이 계속 핵을 가지고 있으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제재를 가하고, 북한은 남한에 압력을 가할 것”이라면서 “남북 갈등이 일어나면 경제지원이나 반대로 핵무장 요구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대북정책에서 '북한 비핵화'는 건너뛸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북한 핵무장으로 국제사회가 제재를 가했고, 실제로 이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오는 효과를 가져왔다. 핵 개발과 보유로 경제적 비용이 매우 클 때 의미 있는 협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비핵화 문제를 남북관계 당면과제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협으로 설득하자는 방식의 진보 주장이나 북한의 붕괴를 기대하는 보수 모두 현실성이 낮다고 꼬집었다. 김 원장은 “비핵화와 경협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면서 “제재는 효과가 있지만 이것만으로 북한 비핵화를 달성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김 원장은 “제재 완화와 해제 사이에 '특구'라는 대안이 존재한다”면서 “일부 제재가 완화되면 다양한 특구를 시도해보자”고 제안했다. 대표적으로 '북한의 알프스화'와 함께 미래 산업 실험형 특구다.

김 원장은 “북한은 저개발국가라 (기득권이 약해) 4차 산업혁명을 할 수 있다”면서 “북한에서 성공사례를 만들면 남북한 모두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과거 저임금 근로자를 활용하는 개성공단식 경협은 경쟁력이 낮아 중장기 성장이 힘들다고 분석했다. 10년 내 베트남 및 중국 근로자와 경쟁이 되는 임금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북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불하고, 개성공단 내 기업이 북한 내 다른 기업과 연계하는 방식의 경협 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남북 경협에서 핵심은 사람 곧, 인적자본 질과 제도”라고 밝혔다. 그는 탈북민 조사를 통해 현재 북한 주민의 역량은 남한과 비교해 매우 취약하며, 차이를 빠르게 줄이는 것이 좋은 통일의 기본 요건이라고 조언했다. 남한이 자본과 기술을 제공해도 북한 인적자본 수준과 미스매치되면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김 원장은 “현재 북한의 인적자본으로는 기술지향 산업은 어려워 ICT 인력 양성부터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