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정기적금 금리를 웃도는 '금리 역전현상'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해 1월 말 0.03%포인트(P) 차이던 평균 금리 격차는 0.1%P 이상 벌어졌다. 업계에서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과 더불어 저축은행이 대출규제에 따른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갈수록 금리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79개 저축은행 평균 정기 예·적금 금리 격차는 0.14%P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말 기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예·적금 금리 격차가 추가로 0.01%P 벌어진 것이다.
통상적으로 정기적금 금리는 정기예금보다 높다. 하지만 올해 들어 정기예금 금리가 더 높아지는 금리역전 현상이 갈수록 확대하고 있다. 저축은행들의 정기 예적금 금리 격차는 올해 1월 말 처음으로 정기예금 금리(2.43%)가 정기적금 금리(2.4%)보다 0.03%P 높아진 뒤 2월 말 0.06%P, 3월 말 0.09%P, 4월 말 0.13%P 등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여전히 정기적금 금리가 높은 시중은행, 인터넷전문은행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대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이런 추세가 더 컸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 규모 상위 10개 저축은행의 평균 정기 예·적금(기본 예·적금 상품) 금리 격차는 0.307%P로 집계됐다. OK저축은행의 정기예금 상품 금리(12개월 만기)는 2.65%로 정기적금 금리(12개월 만기) 2.0%보다 0.65%P 벌어져 격차가 가장 컸다. 이어 상상인저축은행이 0.52%P, SBI저축은행이 0.45%P, 다올저축은행 0.35%P 등으로 뒤를 이었다.
업계에서는 대출 총량규제 등 대출이 옥죄이는 상황에 저축은행들이 안정적으로 수신액을 비축하려는 조치로 풀이하고 있다. 5000만원까지 예금자보호가 가능한 것은 물론 최근 저축은행이 퇴직연금까지 운용하면서 상당한 수신액을 확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이 정기 예·적금 금리를 올리면서 고객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예금금리를 인상하는 것이다.
적금의 경우 과거에는 젊은 고객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수신 채널이었는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코인·공모주 투자 등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우선 순위에서 밀렸다.
업계에선 이 같은 금리역전 현상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면서 시중은행은 물론 인터넷전문은행 등이 덩달아 금리를 올릴 경우 고강도 총량규제를 받고 있는 저축은행 역시 금리경쟁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시중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등이 수신금리를 올리면서 적금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예금금리를 손봐 고객 이탈을 방지하고 있다”면서 “적금의 경우 과거와 달리 핵심 상품에서 벗어난 상황에 추가 기준금리 인상 등을 반영, 예금금리를 올려 역전현상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자료:금융감독원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