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희(25)가 6번의 준우승 끝에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드림투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1부무대 복귀 가능성을 끌어올린 이세희는 "그동안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으며 실망도 했었는 데 우승을 해보니까 골프가 다르게 느껴지네요. 저 더 단단해져서 (1부투어로) 돌아갈게요"라고 말했다.
이세희는 4일 전남 무안군 무안컨트리클럽(파72·6천472야드)에서 열린 KLPGA 무안CC ·올포유 드림투어 4차전(총상금 7천만원) 대회 마지막 날 2라운드에서 7언더파 65타를 쳤다. 최종합계 11언더파 133타를 기록한 이세희는 공동 2위 최가빈(19)과 양호정(29)을 3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대회 우승 상금 1천260만원을 받은 이세희는 올 시즌 상금 1839만6000원으로 상금 랭킹 2위로 뛰어올랐다. 드림투어 상금 순위 20위까지 내년 시즌 정규투어 풀 시드를 받을 수 있어 1부 투어 복귀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졌다.
그동안 한 뼘이 부족했다. 드림투어에서 2020시즌 준우승만 4차례를 기록하는 등 가능성을 보인 이세희는 2021시즌 1부 무대를 밟았지만 고개를 떨궈야했다. 이세희는 "지난해는 너무 힘들었어요. 퍼트에 자신감을 잃으면서 백스트로크를 어떻게 들어야하는지 감각마저 잃었었다"고 털어놨다. 장타가 장기지만 숏게임이 흔들리니 장타도 힘을 잃었다. 꿈에 그리던 1부투어 무대가 너무 버겁게만 느껴졌다.
"사실 지난 해 1부 무대를 뛰며 제 자신한테 많이 실망했어요. 시즌 뒤에는 포기하고 미국으로 공부하러 가려고도 했어요. 하지만 그건 도망치는거잖아요. 그래서 겨우내 다른거 다 내려놓고 숏게임과 퍼트에 집중해서 연습했어요. 하루의 대부분을 숏게임과 퍼트에 투자하며 이거 아니면 그만둔다고 생각했을 정도였죠." 이세희는 담담히 지난 겨울 전지훈련을 회상했다.
어떤 무대든 우승의 가치는 남다르다. 프로 스포츠에서 우승은 자신감은 물론 프로선수 삶의 터닝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이세희는 "솔직히 지난해 많이 부족해서 힘들었고 그러다보니 골프가 어렵기만 했어요. 그런데 우승을 하고나니 완전히 달라졌어요. 그 동안 준우승도 많이했는 데 그때와는 전혀 달라요. 골프가 재미있고 더 하고 싶고 설레는 느낌이에요"라고 말했다. 이세희는 목소리에 설렘과 기대감이 느껴졌다.
새로운 이세희는 더욱 성숙한 모습을 기대해도 될 것 같다. 이세희는 “너무나도 기다렸던 우승이 시즌 초반에 찾아와서 기쁘다”며 “후원사와 박창준 프로님, 정상욱 코치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고 항상 응원해주시는 부모님, 오남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세희의 목소리에서 지난해와는 확연히 달라진 진심이 느껴졌다. 부침을 겪고 우승을 차지한 뒤 더욱 성숙해진 느낌이다.
이른감이 있지만 2023시즌 이세희의 모습이 궁금했다. 이세희는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1부 무대에 오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물론 이세희답게 "제가 없으니 심심하시죠?"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준우승만 6차례. 매번 아쉬움을 뒤로하고 돌아서야했던 지난 시간을 견뎌낸 이세희는 이날 동료이자 친한 선배인 유고운이 선물한 우승케이크와 우승컵까지 함께였다.
"오늘은 빨리가서 아빠와 맥주한잔 하고 싶어요"
더욱 단단해진 모습으로 1부투어에서 만날 날이 기다려진다.
손진현 기자 son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