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미리 가 본 미래]〈27〉NFT에 문화예술 분야 종사자가 주목한 이유

[박정호의 미리 가 본 미래]〈27〉NFT에 문화예술 분야 종사자가 주목한 이유

2020년과 2021년이 암호화폐의 한 해였다면, 2022년 상반기는 그야말로 대체불가토큰(NFT)의 시기라 할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를 저장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방식 중 하나인 NFT 관련 사업 성장은 그야말로 눈부신 수준이다. 넌펀지블닷컴의 집계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이후 분기별 평균 성장률이 2000% 이상을 지속해 왔기 때문이다.

NFT 관련 시장의 급성장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문화예술 분야 종사자들이 자신 창작물에 대한 부가가치를 온전히 인정받고 싶은 열망이 투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인터넷이 대두된 이후 웹은 우리가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대표 공간이 됐다. 자연스럽게 많은 문화 예술가들도 자신 작품 활동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꿔왔다. 하지만 온라인은 오프라인과 달리 문화예술가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터전이 돼 준 것이 아니라 어떤 의미에선 자신들의 작품 활동을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게 만든 측면이 많았다.

경제학에서 재화와 서비스를 구분하는 기준 중에는 경합성과 배제성이라는 개념이 있다. 그동안 오프라인에서 이뤄진 문화 예술 분야 창작물은 해당 작품을 누가 먼저 구매하느냐에 대한 '경합성'과 작품을 소유한 사람들이 다른 사람 이용을 차단할 수 있는 '배제성'을 갖고 있었다. 이 때문에 개별 작품을 구매하기 위한 상호간 경쟁이 유발될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 해당 작품 창작자들도 적지 않은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온라인 상황은 다르다. 온라인 창작물은 해당 작품을 먼저 구매하겠다는 경쟁이 유발되지 않았다. 누구나 해당 작품이 마음에 들면 간단히 복사하고 출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특정인 내지 특정 시간에만 해당 작품을 열람하는 배제성도 사라지게 됐다. 이는 자연스럽게 해당 분야 종사자에게는 커다란 불만으로 다가왔다. 캔버스에 작품을 그리면 적지 않은 수익을 거둘 기회가 있음에도 동일한 시간을 투여해 온라인 이미지를 그리면 이러한 기회를 전혀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NFT 관련 기술 가치를 공학 이외 종사자인 문화 예술인들이 가장 주목하게 된 배경이다. 현재 문화예술 분야 종사자들은 NFT를 통해 디지털 아트 작품뿐만 아니라 디지털 콘텐츠, 디지털 굿즈 등 NFT 형태로 모든 디지털 영역의 창작 활동에 소유권을 부여하고 거래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들은 디지털 아트 작품부터 시작됐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디지털 아트는 NFT 기술을 활용해 현실 세계의 작품과 동일한 경합성과 배제성을 부여할 수 있음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초기 NFT 형태 디지털 아트는 해당 디지털 작품을 출력해 걸어둘 액자를 같이 판매한다든가, 출력본을 따로 배송하는 등 형태로 기존 오프라인 작품 구매와 동일한 것임을 이해시키기 위한 다양한 전략 전술들이 병행됐다. 소비자들의 이해를 구하기 위한 자구책이라 할 것이다.

최근에는 NFT를 바라보는 문화 예술 분야 인식이 훨씬 정교해진 듯하다. 아이돌 가수들을 기획하는 연예기획사는 자신들 창작물이 아이돌 그 자체라 할 것이다. 아이돌 가수 차별성, 세계관, 비전과 가치를 설정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많은 전문가가 투입돼 하나의 아이돌 가수가 탄생한다. 그리고 팬들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탄생한 아이돌 가수를 해당 가수가 부르는 노래 한곡 한곡 못지 않게 가수 자체에 열광한다. 이에 적지 않은 연예매니지먼트 회사들이 NFT를 자신들 소속 가수와 팬이 소통하는 커뮤니티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특정 아이돌 가수 NFT를 구매한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해당 가수와 소통 기회 내지 굿즈 구매, 신곡 우선 순위 공개 등을 제공함으로써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에게 보다 가까이 갈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NFT는 하루가 다르게 진화 발전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해 문화예술인이 NFT를 통해 어떠한 부가가치를 창출할지 지켜볼 일이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