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서 생산한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저마늄-68(Ge-68)'이 처음으로 미국 수출길에 올랐다.
저마늄-68은 암 진단용 방사성동위원소 원료다.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등 방사선 영상 장비 정확도를 유지하기 위한 교정선원으로 쓰인다. 미국·러시아·독일 등 기술 선진국이 국제시장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나 최근 수요가 급증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는 저마늄-68을 미국 의료기기회사 '샌더스 메디컬'에 수출했다고 9일 밝혔다. 미국 방사성동위원소 수출 국내 첫 사례다.
연구원은 방사성의약품 전문기업 새한산업과 연계해 원자력안전재단에 수출신고·허가 절차를 이행했다. 현재 비행기 선적을 마친 상태다. 박정훈 원자력연 가속기동위원소개발실 연구원팀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자력연구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성과를 이뤄냈다.
원자력연은 지난 2019년 'RFT-30 사이클로트론'을 이용해 국내 최초로 저마늄-68 생산에 성공했다.

사이클로트론은 양성자를 가속해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하는 입자 가속기다. 저마늄-68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려면 사이클로트론이 35메가전자볼트(MeV)급 양성자를 며칠 이상 조사해야 한다. 원자력연 사이클로트론은 해외 사이클로트론과 동등한 성능을 갖췄다.
연구팀은 저마늄-68 생산시스템 성능을 높이는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 순수 단일금속을 이용해 방사성동위원소 생산 중 다른 핵종이 섞일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이번 수출 물량은 5밀리퀴리(mCi·약 1000만원 상당)다. 검증을 거쳐 올해 중 100mCi를 추가 공급할 계획이다.
정경일 방사선진흥협회장은 “저마늄-68은 새로운 의약품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방사성동위원소”라며 “이번 수출은 국내 방사성동위원소 산업발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평가했다.
박원석 원자력연 원장은 “방사성동위원소 국산화를 위해 계속해서 연구시설을 보완하고 있다”며 “국제시장에 연구원의 기술력을 전파하는 시작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