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POSTECH·총장 김무환)은 감종훈 환경공학부 교수팀이 2019년과 2020년 러시아 서북 지역에서 덥고 습한 겨울이 나타난 원인으로 '인류'를 지목했다. 이는 기후 모델 미래 전망 데이터(CMIP6)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다. 자연적인 변동성 중 하나인 북대서양 진동(NAO)보다 인류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북대서양 진동은 아이슬란드 저기압과 아조레스 고기압 사이 해면 기압 차이가 시소처럼 변동하는 현상이다. 북대서양의 대표적인 기상 현상 중 하나다. 이 진동의 변화로 인해 특정 지역에서 더운 겨울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졌으나, 왜 겨울에 덥고 습한 날씨가 동시에 나타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분석 결과 해당 시기에 북대서양 진동이 강하게 나타났지만, 인류의 활동으로 온실가스가 늘어나지 않았다면 덥고 습한 날씨가 발생할 가능성이 극히 희박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러시아 서북 지역에서 더운 겨울이 발생할 확률은 인류 활동에 의해 약 5배 높아졌고, 습한 겨울이 발생할 확률은 약 20배 높아졌다. 온실가스에 의해선 더운 겨울과 습한 겨울이 발생할 확률이 각각 약 20배, 약 30배 늘었다.
연구팀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앞으로도 온도 변화에 민감한 러시아 서북 지역에서 덥고 습한 겨울이 빈번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해당 지역의 겨울 날씨는 유라시아 지역의 봄·여름 날씨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이를 간과할 수 없다.
감종훈 교수는 “겨울 기후 변화는 이듬해 봄과 여름의 자연재해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며 “해당 지역의 봄철 홍수나 여름철 가뭄 위험성 변화를 지속적으로 연구함으로써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기상학회보에 최근 게재된 이 연구성과는 2020년 전 지구에서 발생했던 이상 기후의 원인 규명을 보고하는 '2020년의 극한 현상 설명' 특별호에 실렸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해양·육상·대기 탄소순환시스템 연구사업,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북극해 온난화·해양생태계 변화 감시 및 미래전망 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