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완성차 업체로는 처음으로 전기차 배터리 원재료를 자체에서 해결한다. 배터리셀 자체 개발·생산에 이어 핵심 소재까지 자체 생산체계를 갖췄다. 국내 배터리 3사가 양·음극재 업체를 통해 소재만 공급받는 것과 달리 원재료부터 직접 조달하는 구조다. 원재료 공급난이 가중되는 가운데 완성차 업체는 물론 배터리 제조사보다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체계를 갖췄다는 평가다.
테슬라는 브라질의 거대 광산업체 발레(Vale)와 전기차 배터리 원재료로 쓰이는 니켈을 장기 거래하기로 계약하고 올해 초부터 공급받기 시작했다. 테슬라는 채굴한 니켈을 캐나다 내 발레의 정제소에서 가공해 사용한다. 테슬라는 최근 펴낸 '2021년 지속가능 보고서'에서 리튬이온계 이차전지 원재료 공급 업체도 공개했다. 리튬 업체는 앨버말(미국)·리벤트(아르헨티나)·간펑(중국), 수산화리튬은 야화(중국) 등이다. 또 코발트는 구이저우·화유·후난(이상 중국)과 클렌코어 카모테(콩고), 니켈은 발레를 비롯해 BHP 니켈 웨스트(호주) 등이다. 지난달엔 텔론 메탈스와 대규모 니켈 정광 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다.
테슬라는 배터리의 3대 핵심 원재료인 리튬·니켈·코발트 광물 업체별로 복수 업체와 장기 공급 계약을 맺고 안정적인 공급체계를 확보했다. 배터리셀 완제품 개발, 생산에 이어 광물·원재료까지 확보해 배터리 전주기 서플라이 체인을 구축한 셈이다. 배터리 광물자원은 배터리 제조사나 소재 제조사가 조달한 것과 다른 행보다. 특히 한국 배터리 제조사는 자체 조달보다 소재 제조사를 통해 소재 완제품을 공급받는 전략을 취해 왔다.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원재료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니켈 등 일부 핵심 원재료 가격은 수십 배씩 급등하는 추세다. 테슬라가 배터리 제조사라는 중간 단계까지 건너뛰고 자체 공급망까지 갖추면서 상대적으로 영세한 소재 업체 수급망에 의존하는 한국 배터리 제조사가 생산 경쟁력에서 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