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한 번도 들어 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TV, 인터넷, 주식 시장 등을 통해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세상이 곧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란 소식을 접하고 있다.
메타버스란 '가상의, 초월적인'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상,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가 결합해 만들어진 용어다. '가상 세계' 또는 '가상 우주'를 뜻한다.
대표적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회사 페이스북은 메타버스 시대를 대비해 사명까지 메타로 바꿨다. 삼성·현대자동차 같은 국내 주요 대기업이나 넷마블·엔씨소프트 같은 대형 게임사도 앞으로 다가올 메타버스 시대를 대비해 관련 사업부를 신설하고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는 올해 참가한 CES 2022 전시회를 통해 '메타모빌리티'(Metamobility)라는 개념을 앞세웠다. 향후 자동차 사업을 메타버스와 연계된 사업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란 비전을 발표했다.
메타모빌리티의 개념은 '로봇이나 스마트 디바이스를 활용한 새로운 차원의 이동 경험을 제공'하고 '인공지능, 자율주행 등 기술을 자동차에 적용해 모빌리티 간 경계를 파괴하는 것'으로 정리된다.
메타모빌리티의 초점은 '사용자와 장비 간 분리된 이동'에 있다. 기존의 이동 방식은 사용자와 장비가 일체가 돼야만 이동할 수 있었다. 메타모빌리티에선 사용자가 직접 이동하지 않고 대신 장비(로봇, 드론 등)가 이동하거나 사용자가 이동하되 이동 시간 동안 다른 작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정보통신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앞서 있는 우리나라의 모빌리티 대표 기업인 현대자동차에서 선도적으로 메타모빌리티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그러나 메타모빌리티의 대상이 이동체에 한정된 점은 다소 아쉽다.
더 나아가 메타모빌리티 개념을 사람의 움직임까지 확장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메타모빌리티 서비스는 특정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가상의 3차원(3D) 공간이 아니라 현실적인 디지털 트윈 서비스 시장부터 경험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트윈 서비스란 현실 세계의 물체를 가상 세계에 동일하게 구현한 것을 말한다. 이는 통신 기술로 연동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게 디지털 트윈 서비스의 핵심이다.
메타모빌리티 시장은 현실정보 기반의 지리정보체계(GIS) 정보와 위치 정보, 추가적인 공간정보가 반영된 디지털 트윈 공간부터 시작돼 점차 확장될 것이다.
메타버스는 통상 디지털 트윈보다 더 넓은 개념이다. 특정 장소, 설비만이 아니라 사람과 환경 등 모든 것을 가상 세계에 재현한 것이 메타버스라면 디지털 트윈은 메타버스 세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도인 셈이다.
현실에서 보이는 실외 공간뿐만 아니라 병원, 백화점, 지하 주차 공간 등 실제 공간에 증강현실(AR)의 정보와 콘텐츠를 결합하는 디지털 트윈으로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얻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이동하고자 하는 목적지를 안내받고 재난 현장에서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에 로봇 등을 활용해서 상황을 파악하고 구난 활동을 펼치게 되는 일련의 기술이 메타모빌리티이다.
이러한 서비스를 완성하기 위해선 지하나 건물의 실내공간 같은 음영지역에서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측위 기술, 현실 공간정보 기반의 가상공간을 빠르고 쉽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의 발전 동반이 필수적이다.

세계적으로 디지털트윈 기술을 위한 연구개발은 가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으로는 공간 데이터 회사 매터포트(matterport)로, 현재 기업 가치만 해도 2조4000억원에 달한다. 엔비디아, 유니티 등도 뒤를 잇고 있다. 국내 기업으로는 일본 내비게이션 사업을 시작으로 20여년동안 GIS 사업부터 메타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지오소프트가 있다. 지오소프트는 디지털 지도, 실내외 측위 기술을 보유한 국내 유일한 선두 기업이다. 최근 병원, 대학교, 프랜차이즈, 국토 디지털 지도 구축 정부 과제 추진 등 디지털 트윈 서비스를 넘어 메타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 개척을 선도하고 있다.
메타버스 세계는 결국 우리가 가야 할 미래다. 그 미래는 우리의 실생활과 근접한 영역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미래산업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정보기술(IT)과 로봇, 모빌리티가 결합된 대한민국 중심의 메타모빌리티 시대가 하루빨리 다가와서 세계를 선도하는 IT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하인현 지오소프트 대표이사 haih@geosof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