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발 망이용대가 무임승차 방지법, 유럽으로 확산

거대 플랫폼 무임승차 문제의식
한국 법안 논의과정 중요 참고
EU집행위, 연내 규범 마련 착수
글로벌 곳곳 동시다발 논쟁 예고

한국발 망이용대가 무임승차 방지법, 유럽으로 확산

유럽연합(EU)도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콘텐츠제공사업자의 망 무임승차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출발한 망 이용계약 공정화 논의가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하고 있다. 유랙티브 등 외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망 이용대가와 관련해 입법을 포함한 새로운 이니셔티브(규범)을 올해 안에 마련하기 위해 작업에 착수했다. 티에리 브르통 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프랑스 레제코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0년 이상 시행된 오래된 규칙으로 인해 통신사는 더 이상 투자에 대한 올바른 수익을 얻지 못한다”면서 “네트워크에 대한 공정한 보상과 기여 방안을 재구성해야 한다”며 EU 차원의 문제의식을 소개했다.

이보다 앞서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집행위원회 수석 부위원장은 “통신망에 대한 공정한 기여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방대한 데이터트래픽을 생성해서 비즈니스를 영위면서도 연결성에 대한 투자에 기여하지 않은 이들이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브르통 위원과 마찬가지로 망 이용대가 관련 제도 개선 방침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EU는 구글·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콘텐츠제공사업자가 방대한 데이터트래픽을 발생시키면서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해결책을 찾고 있다. 거대 온라인플랫폼 기업의 불공정행위를 견제하는 디지털시장법(DMA)·디지털서비스법(DSA) 제정을 일단락한 후 망 이용대가 문제로 관심을 옮겨 가고 있다는 관측이다.

EU 집행위 주요 인사는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논란을 의식해 세부 방안까지 제시하지는 않았다. 업계는 제도 개선 방향으로 EU 권역 내 네트워크 투자에 대해 거대 플랫폼기업이 기여하도록 기금 등을 검토하거나 공정한 망 이용계약을 의무화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쪽을 예상한다.

구글, 넷플릭스 등은 여전히 투자비 절감에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와 캐시서버 구축을 통해 방대한 비용을 들여서 통신사의 부담을 덜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도 망 이용대가 문제에 대해서는 자국 기업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각지의 망 이용대가 법안 논의 과정에서 동시다발적인 논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EU의 논의는 한국에서의 망 이용대가 무임승차방지법 논란과 흐름이 유사하다. 한국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전기통신사업자 간 망 이용계약 체결을 의무화하거나 부당한 내용으로 체결하지 못하도록 원칙을 명시한 법안 6개가 여야에서 발의됐다. 한국의 법안 논의 과정은 해외에서도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회 관계자는 9일 “아직 EU 차원에서 망이용대가 무임승차방지 법안에 대해 문의 온 것은 없다”면서도 “문의나 요청이 들어온다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필요시 교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