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취임식을 하루 앞둔 9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공세를 퍼부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 측과 국민의힘이 '한동훈 지키기'에 나섬에 따라 정국은 얼어붙을 전망이다. 결국 국무위원 임명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열린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한 후보자가 용기와 헌신, 정의와 상식을 말했다”면서 “그러나 한 후보자가 제출한 자료와 답변이 너무 부실하다. 도저히 검증이 불가할 정도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한 후보자의 가족들에 대한 의혹을 정조준했다. 김 의원은 “현행소득세법상에 부양가족 공제를 받으려면 만60세 이상 연소득 100만원이 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후보자 부모님께서 부동산을 가지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탈세혐의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후보자 모친의 부동산 소유 내역, 임대사업자 알 수 있는 증빙서류, 세금신고내역서를 제출해달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신반포 청구아파트 편법 증여 논란, 춘천 농지 의혹 등도 차례로 언급했다.
딸의 입시 관련 의혹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후보자 자녀가 2만 시간 봉사활동을 토대로 서울시장상, 인천시 산하 단체장상을 받았다고 적었다. 이 부분에 대한 각종 추천서와 인턴·봉사활동 자료 일체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국 의원도 “최근 언론에서 한 후보자 자녀의 논문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한 후보의 해명대로 첨삭하고 조언을 해준 정도가 아니라 케냐에서 대필 작가가 했다는 정황이 나왔다”며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민주당은 한 후보자를 비롯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을 '부적격'으로 점찍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이 한덕수 총리 후보자에 대해 국회에서 인준하지 않는다면 총리 없이 가겠다며 도리어 국회를 협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가장 분노하는 지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를 쑥대밭으로 만든 수사책임자가 미국과 영국을 넘나드는 국제적 규모의 가짜 스펙을 만들어 딸에게 선물했다는 것”이라며 “한 후보자의 내로남불이 정말 놀랍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인사청문회에서 '한동훈 구하기'에 나섰다. 조수진 의원은 인사청문회에서 오히려 최강욱 민주당 의원을 겨냥했다. 그는 “(최 의원이) 통칭 채널A 사건을 사실상 만들고 관련 가짜뉴스를 무차별적으로 유포했다. 현재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이라며 “관련 사건 피고인 겸 피의자가 한 후보자를 청문하고 있다”며 고 지적했다. 또한 “사유가 있는 위원은 공직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대해서 이를 회피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동훈 후보자 등을 둘러싼 갈등 탓에 윤석열 대통령 첫 국무회의도 난항이 예상된다. 윤 대통령 측은 첫 국무회의를 12일이나 13일에 여는 방향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무위원 임명제청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은 여전히 김부겸 총리인 탓에 '불편한 동거'가 예상된다.
결국 김 총리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해석이다. 김 총리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등의 임명제청권을 행사한 뒤 추 부총리가 권한대행으로 나머지 장관 후보자를 제청하는 시나리오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비정치인 출신 장관도 신임 장관 임명 때까지 자리를 지킬 전망이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은 원희룡(국토교통부)·이상민(행정안전부)·박진(외교부)·정호영(보건복지부)·박보균(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재송부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김 총리는 현재 임명제청권을 사용해도 문제이고, 사용하지 않아도 문제”라며 “결국 여야가 합의로 청문회 보고서를 채택한 국무위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김 총리가 임명제청권을 사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분석했다.
최기창기자 mobydic@etnews.com
민주당 '자료부실·가족 의혹' 맹공
-
최기창 기자기사 더보기